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국회 사무실 등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제 결백을 증명하는 데 제 모든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 이어 ‘이정근발 리스크’가 더불어민주당을 파고들고 있다. 문어발 청탁이 의심되는 사업가를 통해 검찰 수사 가지가 여의도로 계속 뻗어나가는 양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가 지난 16일 전격 압수수색에 나선 노웅래(서울 마포갑) 민주당 의원에게는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이 적용됐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노 의원이 사업가 박아무개씨로부터 뒷돈 6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기재돼 있다고 한다. 박씨는 앞서 검찰이 구속기소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청탁 대가로 10억여원을 건넨 것으로 조사된 인물이다.
검찰은 박씨가 노 의원과 평소 친분이 있던 아내 조아무개씨를 통해 2020년 2~10월 다섯 차례에 걸쳐 모두 6천만원을 노 의원 쪽에 건넸다고 의심한다. 검찰은 박씨가 발전소 납품·물류단지 개발·태양광 전기 사업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지방국세청장, 발전사 임원 관련 인사 청탁까지 하면서 돈을 건넸다고 보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국회 근처 음식점, 마포 지역구 사무실, 국회의원회관, 여의도 소재 호텔 등 돈을 건넸다는 장소와 구체적인 날짜까지 명시돼 있다고 한다.
박씨는 17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청탁 대가가 아닌 정치후원금”이라며, 검찰이 의심하는 액수와 전달 경위, 혐의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그는 노 의원에게 건넨 돈은 모두 5천만원이며, 이 가운데 2천만원은 돌려받았다고 했다. 박씨는 “청탁과 관계없이 순수한 정치후원금으로 수차례에 걸쳐 5천만원 정도를 전달한 것은 사실이다. 한번은 (노 의원에게) 2천만원을 준비해 초콜릿과 함께 넣어 쇼핑백으로 건넸는데, 다음날 돈인 걸 알고 난리가 나서 노 의원이 돌려준 적도 있다”고 했다. 박씨는 또 압수수색 영장 내용과 달리 아내를 통해 돈을 전달한 것은 한번 뿐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박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다. 본 적도 없는 사람에게 수천만원을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어 “제 직무 관련성도 없는 태양광 사업으로 엮으려는 건 기획된 야당 탄압 시나리오”라고 반발했다. 검찰이 돈을 받았다고 의심하는 시기 노 의원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국회 환경노동위원, 민주당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검찰은 전날 압수한 자료 등에 대한 분석을 마친 뒤 4선 중진인 노 의원에 대한 조사 방식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정근 전 부총장으로부터 촉발된 로비 의혹 수사가 노 의원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노 의원에 대한 공개수사 전에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 전 부총장 수사 과정에서 거론됐다는 민주당 유력 정치인들 이름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달 재판에 넘겨진 이 전 부총장 공소장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와 장관 등 이름이 적시돼 있다는 점에서, 수사 경과에 따라 전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의 또 다른 축이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다만 이 전 부총장이 고위급 청탁을 빌미로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이어서, 가시적인 돈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을 경우 윗선을 타고 오르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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