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다큐멘터리 영화 ‘첫 변론’의 상영을 금지해달라는 서울시와 피해 당사자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서울남부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우현)는 20일 박 전 시장 다큐멘터리 제작위원회인 ‘박원순을 믿는 사람들’과 감독 김대현씨를 상대로 서울시와 피해 당사자가 낸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이 영화를 통한 주된 내용이 진실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해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내용이고, 만일 이 영화가 상영·공개될 경우 이를 접한 관객들은 피해자가 망인에 대한 허위의 피해 사실을 수사기관에 고소했다는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로 인해 피해자에게 무분별한 가해 행위가 행해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영화를 통한 표현 행위의 가치가 피해자 명예보다 우월하게 보호돼야 한다고 볼 수 없다”고 인용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또 해당 다큐멘터리가 “망인과 피해자의 관계, 비서실의 업무 관행, 피해자의 업무 특성, 성희롱 피해자의 특수성을 도외시한 채 일방적으로 망인에게 유리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피해자의 단편적인 일부 언행을 들어서 피해자다움이 결여돼있음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법원 결정에 따라 영화 ‘첫 변론’은 극장 상영 외에도 제3자에 의한 복제·제작·판매·배포가 모두 금지된다.
손병관 오마이뉴스 기자가 박 전 시장의 측근들을 인터뷰한 책 ‘비극의 탄생’을 바탕으로 제작된 ‘첫 변론’은 박 전 시장의 성폭력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제작 단계에서부터 시민사회와 정치권으로부터 2차 가해를 양산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자로서 국가기관 조사와 결정 과정을 얼마나 고되게 겪었는지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제작진이) ‘첫 변론’ 제작 과정과 주장 방식에 대해 사과하고 성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장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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