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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또 페미사이드…“번화가도 산책로도 안심 못해”

등록 2023-08-21 07:00수정 2023-08-21 13:20

신림동 등산로서 성폭행당한 여성 끝내 숨져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 출발한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에서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이 순찰하고 있다. 전날 서울교통공사는 흉기난동 범죄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가스총을 휴대한 보안관 55명이 열차에 탑승해 2인 1조로 순찰한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역에서 출발한 서울지하철 2호선 열차에서 서울교통공사 지하철보안관이 순찰하고 있다. 전날 서울교통공사는 흉기난동 범죄에 대비해 경계근무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공사에 따르면 가스총을 휴대한 보안관 55명이 열차에 탑승해 2인 1조로 순찰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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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에 서울 신림동 야산에서 벌어진 폭행으로 30대 여성이 끝내 숨지자 “번화가도 등산길도 안전하지 않다”며 불안과 분노를 표출하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은 범인이 성폭행까지 사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난 ‘페미사이드(여성혐오 살해)’라는 점에서 여성 안전을 소홀히 한 정치권에 대한 비난도 쏟아지고 있다.

20일 서울 용산구에 사는 차영주(30)씨는 “여자가 대낮에 길을 걷다 강간 살인을 당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뉴스가 나오는 세상에서 도대체 뭘 얼마나 더 안전하게 스스로 예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생존 위협을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동탄새도시에 사는 오진미(37)씨는 “퇴근 후 초등학생 딸과 산책하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번화가에서 흉기 난동도 있어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점점 더 고립되고 서로 의심하게 될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피해자 친오빠도 “큰길로 다녀도 사고(범죄)가 나고, 산책로로 다녀도 사고(범죄)가 나는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냐”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경찰은 피해자 ㄱ(34)씨가 19일 끝내 숨지면서 최씨의 혐의를 강간살해로 변경했다. 최씨는 “너클은 강간할 목적으로 지난 4월 인터넷에서 구매했다”고 진술해 계획 범죄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건 발생지인 관악구에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이 한 구의원의 적극적인 반대로 폐지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구의원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확산하고 있다. 관악구가 내건 ‘여성친화도시’ 정책을 비판해온 최인호 구의원(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의정활동을 홍보하는 유튜브에서 “여성안심귀갓길 사업으로 남성들은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는 현실에 놓여있다”며 “여성안심귀갓길 (예산) 7400만원을 전액 삭감해 (이 예산으로) 안심골목길 사업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서울 관악경찰서 유치장 입구 앞을 경찰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경찰서 유치장 입구 앞을 경찰관계자가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2월9일 열린 관악구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정경순 관악구 여성가족과장이 “도시재생과 사업은 전반적인 지역에 대해서 하는 것이지만 (여성안심귀갓길은) 경찰서와 협업을 해서 범죄 피해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을 선정하는 것”이라며 두 사업의 차이를 설명했지만 예산을 지켜지 못했다. 20일 오후 관악구의회 누리집 ‘의회에 바란다’ 게시판에는 최 의원 사퇴를 촉구하는 게시글이 하루 만에 730여건(오후 3시 기준) 올라와 있다.

노선이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여성혐오 범죄 대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요구하면, 정치권은 ‘남성 역차별’ 등을 언급하며 (이런 요구가) 마치 젠더갈등인 것처럼 취급했다”며 “이 때문에 안 그래도 부족했던 여성 안전 대책이 더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유족은 가해자 엄벌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날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은 “공정한 법 집행 통해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어야 정의가 선다”고 말했다. 성폭력처벌법상 강간 등 상해죄의 법정형은 ‘무기징역이나 10년 이상의 징역’이지만, 강간 등 살인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으로만 처벌된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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