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판사에 대한 여당의 비판이 계속되자 판사들 사이에선 “고등학생 때 쓴 글까지 소환해서 판결을 비판하는 건 과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당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비정상적인 판결은 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그대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판사 본인이 쓴 글에서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을 표하며 정치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가 문제삼은 글은 정 의원 재판을 맡은 박병곤 판사가 고등학교 3학년때인 지난 2003년 쓴 “만일 그들(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전날에도 박 판사에 대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전주혜 원내대변인)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미성년자 시절 쓴 글까지 소환해 판결을 비판하는 건 과도한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 재판 경험이 많은 한 판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그동안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 글까지 소환해 판사의 판결을 비판하는 건 과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형사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판사 개인신상을 공격하는 행태가 늘어나면서 법관들의 형사재판 기피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이 지난 2020년 10월 법관 287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형사재판을 선호한다는 응답자는 28명(4.1%)에 불과했다. 연구원이 지난달 25일 펴낸 ‘형사법관운용에 관한 개선방안’ 연구자료를 보면, 심층면접에 응한 판사들은 형사사건 판사들에 대한 외부공격에 대해 여러 우려를 표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한겨레에 “당사자가 아닌 정당이 집단으로 나서는 건 공격에 가깝다”며 “이런 외부의 무분별한 공격에 노출되는 것 때문에 형사 사건을 피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수언론이 박 판사의 과거 글을 문제 삼고, 국민의힘이 논평 등으로 공식적으로 비판하면서 보수 유튜버들까지 박 판사의 이름과 사진을 올리며 ‘충격 행적이 드러났다’고 말하는 등 비난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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