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6월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한 판사를 겨냥해 국민의힘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재판장의 정치적인 성향을 거론하며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자당 소속 정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박병곤 판사를 두고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중립적인 판결을 내리기 어려웠다면, 박 판사는 스스로 재판을 회피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어 “박 판사가 고등학교 3학년 때 쓴 것으로 보이는 글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한 한나라당을 향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먹은 대다수의 의원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 등 한나라당에 대한 적개심과 경멸로 가득 차 있다”며 “노사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과 권양숙 여사에 대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정 의원은 2017년 9월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놓고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논란이 됐고, 유족들이 정 의원을 고소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이번 징역 6월의 판결은, 결론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판사로서가 아니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로서, 또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정치적 견해를 그대로 쏟아낸 공사를 구분하지 못한 판결”이라고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전날 같은 당 김민수 대변인도 “박 판사는 고등학교 재학시절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 세력의 의원직 사퇴’를 주장했었을 정도로 정치 성향의 뚜렷함을 보였다”며 “만약 판사의 정치적 성향이 본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사법부의 신뢰를 훼손하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은 이날 낸 입장문에서 “일부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거론하는 문제들을 근거로 법관의 정치적 성향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런 방식의 문제 제기는 해당 재판장뿐만 아니라 형사재판을 담당하는 모든 법관의 재판절차 진행 및 판단 과정에 부당한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고, 헌법이 보장하는 사법권의 독립이나 재판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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