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6일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미디어분과 자문위원 위촉식. 한국자유총연맹 누리집
극우 유튜버들을 자문위원에 임명해 논란이 된 한국자유총연맹이 ‘5·18 북한군 개입설’ 등을 주장하거나 극우 성향의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인사들도 대거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유총연맹이 정관에서 ‘정치 중립’ 문구를 삭제한 가운데, 창립 이래 처음으로 꾸려진 500여명의 대규모 자문위가 ‘정치 조직’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자유총연맹은 지난 2월 말 정책분과 위원장에 ‘5·18 북한군 개입설’을 펼쳐온 이상진 전 국방연구원 부원장을 위촉했다. 극우 성향의 태극기 집회를 주도한 이 전 원장은 2015년 한 보수단체가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해 “5·18 광주 사태는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북한 특수군이 개입해 한 폭동이었다는 사실을 전파함으로써, 거짓에 속아 사는 국민을 미몽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계몽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현 야권을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한 종북세력”이라고 규정하거나, “좌편향 언론 문제는 군사 쿠데타로도 해결하기 어려운 심각한 문제”라고 하는 등 ‘문제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행정안전부 소관 법정단체인 자유총연맹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1년에 많게는 수십억원에 이르는 보조금과 조세 감면 등의 혜택을 받고 있다.
지난 5월 청년미래 분과위원으로 위촉된 도태우 변호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무효라는 주장을 펼쳐온 극우단체(태극기혁명국민운동본부)의 대표를 지냈다. 앞서 국정농단 사태 당시에는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으로 참여했다. 이후에는 민경욱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함께 4·15 총선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단체에서 활동했고,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자유시민분과 위원장인 박태우 전 고려대 교수도 극우 성향인 우리공화당 최고위원 출신이다.
앞서 자유총연맹은 이태원 유가족에게 극언을 해 논란이 된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와 황경구 ‘시사파이터’ 및 ‘시사창고’ 운영자를 미디어분과 공동위원장으로 임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대기업 자금으로 친정부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화이트리스트’ 업무를 주도하다 직권남용으로 처벌받은 허현준 전 청와대 행정관도 이 분과 자문위원이다.
자유총연맹은 올해 1월 강석호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재로 취임한 이후 17개분과 578명으로 구성된 자문위를 꾸렸다. 연맹 창립 이래 이런 대규모 자문위가 구성된 건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자유총연맹은 이를 위해 지난 3월 내규를 개정해 자문위 관련 규칙을 신설했는데, 같은 달 정관도 개정하면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극우’, ‘태극기 집회’, ‘아스팔트 보수’ 등의 열쇳말로 엮일 수 있는 인사들이 자문위에 합류한 건 그 이후부터다.
야당에서는 자유총연맹이 자문위를 창구로 내년 총선에 개입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자문위가 여는 토론회에서는 정권과 코드를 맞추며 야당을 공격하는 발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여성정책 분과위원장인 이영희(오세라비) 대안연대 고문이 지난 5월 국가안보 대국민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가 대한민국을 전체주의로 만들었다”, “민주당 페미니스트들이 나라를 초토화했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자유총연맹 관계자는 “자문위에는 전문가 그룹도 많은데 특정한 부분만 부각된 것 같다”며 “좋은 의도로 활동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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