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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윤 “반국가 세력” 운운…극우 유튜버와 다른 게 뭔가

등록 2023-06-29 12:22수정 2023-06-30 17:20

[한겨레 사설]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면서 청중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제69주년 창립기념행사에서 참석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면서 청중들의 박수에 화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문재인 전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규정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는 가짜뉴스와 괴담이라고 했다. 국민 통합을 위해 힘써야 할 대통령이 극우적 발언을 일삼으며 ‘대결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8일 자유총연맹 창립기념행사에 참여해 “왜곡된 역사의식,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은 핵무장을 고도화하는 북한 공산집단에 대해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달라고 요청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는 종전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를 맹비난했다. 종전선언 추진은 “허황된 가짜평화 주장”으로 폄훼했고, “북한만 쳐다보고 중국으로부터 무시당한” 외교를 본인이 정상화시켰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종전선언은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정치적 선언으로, 미국·중국 등 주변국의 지지를 받은 사안이다. 유엔사 해체나 주한미군 철수와도 무관하다. 역대 정부 가운데 ‘유엔사 해체’를 주장한 정권은 어디에도 없다.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해 유엔사 기능 재조정이라는 이름의 ‘재활성화’를 미국과 협의했다.  

윤 대통령의 ‘묻지마 전 정부 탓’이 처음은 아니지만,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정부를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는 것은 국민 모독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70년째 지속되고 있는 한국전쟁-정전은 종전이 아니다-을 끝낼 방법을 찾자는 제안이 어떻게 ‘반국가’가 될 수 있나? 헌법이 “평화의 유지”와 “통일 지향”을 대한민국의 의무로 규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었나?

또 국민들이 반국가세력을 대통령으로 뽑았단 말인가. 당장 발언 직후에 “(윤 대통령이) 그 반국가 세력에 가서 요직의 검찰총장은 왜 했나”(29일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윤 대통령이) 종전선언이 도대체 무엇인지 알고 하시는 말씀인가”(28일 최종건 전 외교부 차관)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과 북한의 종전을 공식선언하려고 추진했다. 결과적으로 종전선언에 이르지 못했지만,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며 평화체제 구축 약속에 대한 후속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 2021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공동선언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북미회담 합의서를 존중한다고 했는데, 이 역시 종전선언 취지를 따른다는 것이다. 종전선언 문제를 국제적으로 처음 공론화한 대표적 인물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이 아닌,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다. 윤 대통령 주장대로면 미국 대통령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해치는 ‘반국가 세력’이 되는 셈이다. 미국 대통령도 반국가세력인가, 윤 대통령은 반미주의자인가.

윤 대통령은 또 “허위 선동과 조작 그리고 가짜뉴스와 괴담으로 자유 대한민국을 흔들고 위협하며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이 너무나 많이 있다”고 야권을 정조준했다. 또 “돈과 출세 때문에 이들과 한 편이 되어 반국가적 작태를 일삼는 사람도 너무나 많다”고 했다. 정부·여당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야권이 제기하는 우려를 ‘선동’과 ‘가짜뉴스’로 치부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가 자초한 정책 혼선과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성찰은 없고, 그저 ‘국가정체성을 부정한다’고 윽박지르는 모습이 윤 대통령이 그토록 부르짖는 자유민주주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도 “북한을 따르는 주사파는 진보도, 좌파도 아니다. 적대적 반국가세력과는 협치가 불가능하다”고 발언하는 등 ‘태극기 부대’, ‘아스팔트 우파’ 수준의 발언을 일삼아왔다. 현 정부의 극우적 색채는 점점 짙어지는 추세다. “김정은 정권 타도해야 한다”고 말한 극우 대결주의자인 김영호 성신여대 교수는 29일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됐고, 윤석열 정부에서 임명된 박인환 경찰제도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토론회에서 “문재인 간첩” 발언을 내뱉은 바 있다. 대통령부터 사실관계는 안중에도 없는 막말 수준의 발언을 거침없이 내뱉고, 어느 누구도 제어하지 못하니, 앞으로 윤 대통령 주변으로는 이런 인사들만 모이고, 막말 발언은 더욱 심해질 듯하다.

보수층 결집을 위해 색깔론을 들먹이고 반국가 세력으로 낙인찍는 행태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겠다는 얘기다. 그렇게 하는 것이 당장에는 정치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치적으로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다. 스스로를 고립시킬 뿐이다. .눈앞의 박수소리에 취해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바보가 아니다. 국민들의 인내를 시험하지 말기 바란다. 더욱이 대통령이 남북관계와 내치 모두 대결 일변도로 폭주하는 것은 국민 불안과 사회 혼란만 가중시키는 일이다.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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