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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폭염 탓하기엔…미숙한 잼버리 운영에 “대신 사과” 줄이어

등록 2023-08-03 16:08수정 2023-08-05 22:08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델타구역에서 스카우트 대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2023 새만금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가 폭염과 열악한 환경, 미숙한 운영으로 논란이 휩싸인 가운데, 국외에서 온 참가자들이 현지 상황을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며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에스엔에스에는 ‘나라 망신’이라는 반응과 함께 참가자들에게 ‘미안하다’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잼버리 제이미’(Jamboree Jamie)에 웨일스에서 온 잼버리 참가자 제이미가 새만금 잼버리 대회장에 도착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제이미를 비롯해 웨일스에서 온 참가자들은 스카우트복을 입고 국기를 두른 채 노래를 부르며 행진한다. 하지만 이 모습은 오래가지 못했다.

웨일스에서 온 잼버리 참가자 제이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잼버리 제이미’(Jamboree Jamie)에 올린 대회장 시설 영상. 유튜브 갈무리
웨일스에서 온 잼버리 참가자 제이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잼버리 제이미’(Jamboree Jamie)에 올린 대회장 시설 영상. 유튜브 갈무리

이 영상에 담긴 잼버리 샤워장 내부를 보면, 바닥 곳곳에는 흙탕물로 추정되는 물 자국이 있다. 선반은 물건을 올리지 않았는데도 기둥이 휘어져 넘어지기 직전이다. 샤워장에 있는 샤워 칸 8개는 천으로만 살짝 가려진 상태다. 제이미는 지친 표정으로 “너무 힘들다”는 말과 함께 영상을 마무리한다.

제이미가 지난달 31일 ‘아름다운 도시’라는 제목으로 올린 영상을 보면, 제이미는 친구들과 서울 곳곳을 관광하며 즐거워한다. 하지만 이런 기대가 잼버리 대회장에 입영하자마자 무너진 것이다. 이 영상에는 “한국인으로서 대신 사과한다” “미안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에서 물에 잠긴 땅 위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전북 부안군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장에서 물에 잠긴 땅 위에 텐트가 설치돼 있다. 세계스카우트연맹 제공

1일 세계잼버리 벨기에 대표단 인스타그램에는 물에 잠긴 땅 위에 플라스틱 깔개를 깔고 텐트를 치는 벨기에 참가자의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계정은 “새로운 모험을 시작하게 돼 조바심이 난다”면서도 “야영지에서 해결해야 할 몇 가지 문제가 남아있다”고 썼다.

폭염에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화장실·탈의실 등 편의시설도 부족하다는 항의가 나오는 등 잼버리 대회는 계속 입길에 오르고 있다. 이에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에 알리겠다며 잼버리 대회를 유치했지만, 역효과를 낼 것이라는 비판이 에스엔에스에 쏟아졌다. 이들은 “나라 망신 축제다” “한국 이미지 고투헬로 만들기 프로젝트다”라고 꼬집었다. 3일 엑스(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는 ‘나라 망신’이 열쇳말로 올라오기도 했다.

웨일스에서 온 잼버리 참가자인 제이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잼버리 제이미’(Jamboree Jamie)에 올린 대회 영상. 유튜브 갈무리
웨일스에서 온 잼버리 참가자인 제이미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잼버리 제이미’(Jamboree Jamie)에 올린 대회 영상. 유튜브 갈무리

누리꾼들은 한국 이미지가 국제적으로 추락할 것에 대해 우려했다. 누리꾼들은 “한류 붐 타고 온 세계 청소년들이 한국에서의 잼버리를 얼마나 기대했겠느냐”, “외국인들을 불러 모아 놓고 안 좋은 기억만 남기고 있는데 미래에 누가 다시 한국을 찾아오고 싶을까” “참가한 외국 청소년들이 자기 나라 돌아가면 한국 욕할 거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과거 잼버리에 참가했던 한 누리꾼은 “힘들어도 추억들이 많아 잼버리에 좋은 기억이 가득했다. 주변에도 적극 추천했는데 한국에서 열린 행사가 저 꼴이 돼서 속상하다”고 했다.

3일 엑스(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온 ‘나라 망신’. 엑스 갈무리
3일 엑스(X·옛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올라온 ‘나라 망신’. 엑스 갈무리

세계잼버리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의 합동 야영대회다. 이번 대회는 158개국에서 온 14~17살 청소년 4만30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전북 부안군 새만금 간척지에서 1일부터 12일까지 열린다.

3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서 전북녹색연합 등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잼버리 대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열리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에서 전북녹색연합 등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온열질환자가 속출하는 잼버리 대회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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