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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세빛섬이 진짜 둥둥 자기부상?”…상온 초전도체에 밈 확산

등록 2023-08-03 10:20수정 2023-08-03 12:24

초전도체를 적용해 세빛둥둥섬이 공중에 뜰 것이라는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초전도체를 적용해 세빛둥둥섬이 공중에 뜰 것이라는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2030년 초전도체가 상용화된 대한민국. jpg’ ‘초전도체가 일상화된 대한민국. jpg’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지는 밈(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짧은 영상과 글)들이다. 한국의 주요 도시가 에스에프(SF)영화에 나올법한 미래 도시로 바뀐 다양한 상상도가 올라오고 있다.

‘꿈의 물질’이라고 불리는 상온·상압 초전도체를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에 이러한 밈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상용화된다면 달라질 대한민국의 위상을 과장되게 그려보는 식이다.

아직 개발의 진위를 검증하는 단계임에도 화제가 되는 것은 상온·상압 초전도체가 진짜로 개발이 된다면 인류의 과학 기술을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제발 진짜라고 해줘’라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초전도체 기술이 적용된 미래 서울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초전도체 기술이 적용된 미래 서울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100년 넘게 연구해왔지만

지난달 22일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 연구팀은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arXiv)에 상온·상압 조건에서 납 기반 초전도체 물질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고 발표했다. 논문은 학술지에 등재되려면 동료평가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거치지 않은 논문이 온라인에 사전 공개된 것이라 미검증 상태다.

초전도체는 특정 온도에서 전기저항이 0에 가까워지는 물질이다. 전기 저항이 없다면 에너지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전자기기의 발열도 사라진다. 물체를 공중에 뜨게 할 수도 있다. 상용화만 된다면 자기부상 열차, 전력망, 핵융합 발전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꿈의 물질’이다.

국내 연구진의 발표에 과학계가 술렁이는 이유는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가 영하 269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관찰한 뒤 110년 넘게 초고압·극저온의 조건에서만 초전도체가 구현됐기 때문이다. 그 뒤 상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하는 게 연구자들의 지상 목표가 됐다.

그런데 한국 과학자들이 납과 구리, 인회석(인산염 광물 일종)을 사용해 ‘LK-99’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며 영상 127도에서 초전도 현상을 구현했다고 하니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것이다.

초전도체 기술이 적용된 미래 서울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초전도체 기술이 적용된 미래 서울 상상도.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빈 살만이 이제 한국에 굽신거린다?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밈은 주로 초전도체를 적용한 미래 대한민국을 그리는 방식으로 퍼지고 있다. 서울이 초전도체 건물을 지어 미래 첨단도시로 발전한 모습과, 반포한강공원에 세빛섬(세빛둥둥섬)이 진짜로 공중에 뜬다는 상상도 등이 공유된다. 초전도체는 전기저항이 0이 되면서 물질 내부에 있던 자기장을 외부로 밀어내는 특성을 갖는데 그 힘으로 공중부양을 한다는 것이다. 영화 ‘아바타’에서 초전도체를 함유해 둥둥 떠다니는 바위섬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상상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초전도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밈.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초전도체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한국 문을 두드릴 것이라는 밈.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대한민국이 초강대국이 된다’는 가정을 하는 밈도 많다. ‘G7은 경기도, 충북, 충남, 전북, 전남, 경북, 경남으로 바뀐다’ ‘앞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풍양 조씨라고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기축통화국이 될 것이다’ 등의 농담이 온라인에 올라온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에게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 중인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참여를 위해 찾아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활용한 밈도 있다. 당시에는 국내 대기업 회장들이 빈 살만에게 ‘눈도장’을 찍으려 했지만 앞으로는 한국의 초전도체 기술을 배우기 위해 빈 살만이 굽신거릴 것이라는 것이다.

'위기의 연세대를 구할 희망’이라는 연세우유 크림빵과 초전도체를 합한 ‘초전도빵’밈.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위기의 연세대를 구할 희망’이라는 연세우유 크림빵과 초전도체를 합한 ‘초전도빵’밈.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이석배 대표 등 다수의 연구진들이 2008년 창업된 고려대 내 벤처 출신이라는 이력에 착안해 ‘고대는 미국 하버드와 통합하고 세계 1위 대학이 된다’ ‘연세대는 뭐했나’ ‘카이스트는 뭐했나’ 등의 글도 꾸준히 올라온다. 이석배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미래를 상상해 그린 만화도 있다. 2일 퀀텀에너지연구소 누리집은 트랙픽 초과로 접속이 원활하지 않다. 3일에 들어가 보면 ‘사이트 준비중’이라는 메시지가 뜬다.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 갈무리
국내 연구진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상온 초전도체. 연구진이 공개한 동영상 갈무리

검증은 이제 시작…“신중해야”

그러나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상온 초전도체와 관련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증위원회를 발족하고 대응에 나선다고 2일 누리집에 밝혔다. 학회는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 중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국내 연구진의 논문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고 있다.

2일 상온 초전도체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일제히 급등하는 등 주식시장까지 과열 조짐이 보이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앞서 여러 연구자들이 상온·상압 초전도를 개발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실제 구현에 실패해 논문이 철회된 사례도 있다. 학계에서는 이번 발표가 관심을 끌어 투자를 받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있다.

현재 전문가들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야 초전도체 개발을 확인할 수 있다며 검증 결과를 지켜봐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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