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전도 현상에 따른 자기 부상 효과를 표현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과학자들이 상온 초전도체를 합성했다고 발표해 국내외 과학계가 들썩이고 있는 가운데, 관련 학회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는 상태”라고 회의적 입장을 밝히며 공식 검증에 나섰다.
한국초전도저온학회는 2일 누리집에 “지난 수 일간 국내외에서 보고된 결과의 진위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추가되는 상황이어서 초전도 분야의 대표학회로서 검증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검증위원회 위원장은 김창영 기초과학연구원(IBS) 강상관계물질연구단 부단장(서울대 교수)이 맡았다.
상온 초전도체 합성을 둘러싼 진위 논란은 지난달 22일 국내 민간연구소인 퀀텀에너지연구소 연구진이 동료 검증을 거치지 않는 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아카이브’에 관련 연구 논문을 올리면서 촉발됐다. 연구진은 이 논문 초록에서 “변형된 납-인회석(LK-99) 구조로 상압에서 작동하는 상온 초전도체를 세계 최초로 합성하는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을 띠지 않아 전류를 에너지 손실 없이 전달할 수 있는 물질이다. 이에 따라 인류의 과학기술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꿈의 물질’로 여져지고 있으나, 지금까지 합성된 것은 모두 극단적인 저온이나 고압에서만 초전도성을 나타내 활용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온과 대기압 조건에서도 초전도성을 보이는 물질을 실제 합성했다는 논문이 나오자, 학계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관심까지 집중됐다. 증시에서는 아예 초전도체 테마주가 나올 정도로 관련 주식들의 주가가 급등하고 있다.
초전도학회는 이날 공지문에서 “아카이브 논문을 통해 발표된 데이터와 공개된 영상을 기반으로 판단할 때, 논문과 영상의 물질은 상온 초전도체라고 할 수는 없는 상태”라며 “퀀텀에너지 쪽에서 제작한 (초전도체의) 시편을 제공한다면 검증을 위한 측정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학회는 이 검증에 서울대, 성균관대, 포항공대 등이 참여할 계획이며, 이와는 별도로 성균관대 양자물질 초전도 연구단과 고려대 초전도 재료 및 응용연구실, 서울대 복합물질상태연구단 등에서 퀀텀에너지가 합성했다는 초전도체를 재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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