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지하주차장 공사 과정에서 철근을 제대로 설치하지 않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공아파트 15곳이 공개됐다. 31일 저녁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철근 동바리(가설 지지대)가 설치돼 본격적인 공사를 앞두고 있다. 이 아파트는 무량판 방식 기둥 302개 중 무려 126개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정부가 무량판 구조 지하주차장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15개 아파트 단지명과 시공사 등을 공개하고, 사태 원인으로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건설현장 이권 카르텔’을 지목하고 나섰다.
국토교통부가 31일 발표한 ‘철근 누락 공공주택단지 현황 및 조처계획’을 보면, 15개 단지 가운데 파주 운정과 남양주 별내, 아산 탕정, 음성 금석(A2 임대), 공주 월송(A4 임대) 등 5곳은 주민이 이미 입주를 마친 단지다. 이밖에 수서 역세권(A-3BL 분양), 수원 당수(A3 분양), 충남도청 이전 신도시(RH11 임대) 등 3곳은 입주 중, 오산 세교2(A6 임대) 1곳은 입주 예정, 파주 운정3(A23 분양), 양산 사송(A-2 분양), 양주 회천(A15 임대), 광주 선운2(A2 임대), 양산 사송(A-8BL 임대), 인천 가정2(A-1BL 임대) 등 6곳은 공사 중 단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LH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 브리핑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 단지를 시공했거나, 시공 중인 건설사는 대보건설·DL건설·양우종합건설·동문건설·삼환기업·이수건설·한신공영·에이스건설 등 중견사들이 다수였다. 철근 누락 원인은 대부분 시공과 설계 오류 등이었다. 이한준 엘에이치 사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철근 누락이) 단순히 시공사의 설계사, 감리사의 문제는 아닌 건설 시스템의 구조상 문제라고 판단한다”며 “감독기관이자 발주청인 엘에이치가 전반적인 과정을 통제하지 못한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민간 건설사가 발주해 무량판 구조로 지하주차장이 설계된 293개 아파트에 대해서도 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한테 “아파트 지하주차장 부실 공사에 대해 전수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혔다.
원 장관은 “건설 분야의 이권 카르텔도 본격적으로 뿌리 뽑아나가겠다”며 “책임을 물어야 되는 모든 관계자들에 대해서는 수사 고발과 법적인 모든 책임과 인사조치를 물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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