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입주한 경기도 남양주 별내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철골조의 잭서포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 단지는 무량판 방식의 302개 기둥 가운데 126개 기둥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국토교통부 조사결과 드러났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원인으로 지목된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가 발주한 아파트 15개 단지에서도 무더기로 확인된 것을 두고 “건설 설계부터 감리·시공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다. 부실공사로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는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1일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프로그램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번 사건은 (철근 누락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가동이 안 됐다고 보면 될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엘에이치는 지난달 30일 인천 검단 아파트처럼 별도의 보 없이 기둥만으로 하중을 버티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엘에이치 발주 91개 아파트 단지를 조사한 결과, 15개 단지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철근 누락의 원인은 대체로 시공과 설계 오류 등이었다. 국토교통부는 무량판 구조로 지하주차장이 설계된 293개 민간 아파트 단지에 대해서도 전수조사를 하고 있다.
최 교수는 ‘휴먼에러’(Human Error)를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아파트) 시공 과정에서 철근 누락을 확인하는 감리가 제대로 역할을 못 하다 보니까 (철근 누락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고 건축구조기술사들이 구조도면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엘에이치 입장에서 설계감독이 이런 부분(철근 누락)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확인해주는 시스템이 있는데 아마 ‘전문가가 했으니까 이상이 없겠지’라는 안일한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며 “감리들도 ‘요즘 철근을 누가 빼먹겠어’라는 안일한 인식이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엘에이치) 무량판 구조 조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토부는 15개 단지 가운데 입주가 진행 중인 3개 단지는 보강 공사를 마쳤다. 나머지 4개 단지는 보강 공사를 진행 중이고 8개 단지도 신속하게 보강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보강 공사 방법을 두고도 “기둥을 증설한다든지 철근량이 부족한 부분에는 철근 역할을 대신하는 보강재들, 강판을 붙인다든지 탄소섬유라든지 유리섬유 이런 것들을 부착해 아마 보강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증설 상황보다는 더 나을 수 있는데 시간이 흘러 접착제를 붙였던 접착부위들이 온도 차에 의해 뜬다든지 벌어지는 현상들이 생기면 철근 역할을 제대로 못 할 수 있는 현상들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아파트 부실시공 논란을 막으려면 원가 절감이나 이윤 추구에 중점을 둔 건설사들의 경영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건설 분야의 이권 카르텔도 본격적으로 뿌리 뽑아나가겠다”는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도 “초강력 조처가 없이는 이권카르텔을 깨기는 힘들다고 일단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회사가 부실공사를 했다면 이 부실공사로 회사가 망할 수 있다는 시그널을 줘야 한다”며 “공사비 저가에 의한 수주를 해 부실공사를 하면 이윤보다도 손해액이 몇십배, 몇백배 정도 날 수 있다는 인식을 건설기업들에 줘야 한다”고 말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