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사법기관은 죽었다. 지난해 10월29일 느꼈던 아픔을 우리는 오늘 또 느낀다.”
25일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 청구를 기각하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다시 한번 눈물을 흘렸다. ‘주문. 이 사건 심판 청구를 기각한다’란 유남석 헌재소장의 선고 직후 방청석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방청석을 채웠던 유가족들은 충격에 빠진 얼굴로 심판정을 빠져나갔고, 일부는 흐르는 눈물을 닦느라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헌법재판소 기각 판결 직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59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에 대해 주무 부처 장관으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이상민 장관에게 면죄부를 주었다”며 “헌재 스스로 존재 가치를 부정하고 헌법이 부여한 책임을 부정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고 이주영씨의 아버지 이정민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 직무대행은 “참담하다. 행정부 수장이 (헌재 결정으로) 면죄부를 받았다”며 “이제 어떤 잘못을 저질러도 그들은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한 극우단체 회원이 난입해 “이태원 참사는 북한소행이다”라고 발언하며 유가족과 충돌을 빚기도 했다. 바로 옆에선 김상진 신자유연대 대표가 “너무 좋은 날이다”며 유가족을 향해 2차 가해 발언을 쏟아냈다. 보수단체와의 충돌로 유가족 3명이 다쳤고, 그중 1명은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40여분 중단된 뒤 다시 시작된 기자회견에서 이정민 대표는 “이렇게 희생자를 조롱하는 이들이 많다. 잘못된 국가 권력을 응징하지 못한다면 이런 사람들은 계속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오늘 죽은 사법부에 대한 애도를 표한다. 국민을 보호해줄 법은 없다”면서 “특별법을 꼭 만들겠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김우리사랑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