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안이 기각되면서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5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행정안전부에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인의 재판관 전원이 기각 판단했다.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유남석 헌재소장은 25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사건 선고에서 이같이 주문을 낭독했다.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중대한” 법률·헌법 위반은 없었다는 결론이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 이태원 참사 때 이 장관이 보여준 행보를 두고는 최적의 판단과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다만 법정의견은 그것이 헌법이나 법률 위반에 이르지는 못한다고 봤고, 별개의견은 법률에 어긋나지만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고 했다.
72쪽 분량의 결정문에서 법정의견(유남석·이은애·이종석·이영진·김형두 재판관)을 보면, 헌재는 “피청구인(이 장관)은 재난 및 안전에 관한 정책의 수립·총괄·조정을 관장하는 행정안전부의 장이므로 사회 재난과 그에 따른 인명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피청구인은 참사의 예방 및 대비, 사후 대응 과정에서의 미흡함을 반성해 재난 대응 역량을 강화할 책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의 쟁점인 이 장관의 △사전 예방조치 △사후 재난대응 △사후 발언 등을 “재난안전법과 국가공무원법을 위반했다던가,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헌법상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러한 결론은 이태원 참사가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하고 확대된 것이 아니라”라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재난안전법령상 주최자 없는 축제의 안전관리 및 매뉴얼의 명확한 근거규정이 애초에 마련되지 않았고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했으며 △재난상황에서의 행동요령 등에 관한 충분한 홍보·교육·안내가 부족하였던 점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참담한 결과이기에, 이 장관에게 그 책임을 오롯이 묻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2022년 10월30일 긴급 현안 브리핑)거나 ‘(수행비서를 기다리다 낭비된 105분에 대해) 이 시간은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다’(2022년 12월27일 국정조사 1차 기관보고)라는 이 장관의 발언도 법정의견은 “부적절”하다고 인정했다. 다만 곧바로 사과한 것을 보면, 참사의 원인을 왜곡하거나 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김기영·문형배·이미선·정정미 재판관은 별개의견을 내어 이 장관의 발언 등이 국가공무원법상 품위유지의무 위반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들도 파면에 이를 ‘중대한 법 위반’은 아니라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에서도 노 전 대통령이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했지만 중대한 법 위반이 아니라며 헌재는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당시 법정의견은 “헌법재판소법 제53조 제1항의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모든 법 위반의 경우가 아니라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를 말한다”고 밝혔다. 헌재 구성 이후 4차례의 탄핵심판에서 이 법정의견은 반복해 확인되고 있다.
헌법학자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적인 관점에서는 당연한 결론이기 때문에 재판관 전원일치 판결이 나왔다고 본다”며 “헌재는 일관되게 정치적인 부분이 아니라 법적인 부분으로 파면 여부를 판단해왔다”라고 설명했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장관은 대통령이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선언을 한 셈”이라며 “국민들이 느낄 안전에 대한 불안 등을 고려하면 아쉬운 판단이다”라고 비판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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