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민 박선희(44)씨는 최근까지도 차를 타고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있는 ‘놀이터’에 원정을 가곤 했다. 용산구에는 용산공원, 한강공원 등 녹지가 많지만, 정작 네살 된 반려견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이 없기 때문이다. 박씨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녹지에 울타리만 쳐줘도 되는데 아쉽다”며 “용산구에도 반려견 놀이터가 생기면 좋겠다”고 말했다.
25일 <한겨레>가 25개 서울시 자치구의 반려동물 쉼터 설치 현황을 확인했더니, 15개구(17곳)만 반려동물 놀이터를 설치해 운영 중이었다. 서울시가 직접 운영하는 곳은 11곳, 구청이 자체 운영하는 곳은 6곳(관악구, 성동구, 노원구, 중랑구, 양천구)이었다.
반려동물 놀이터인 ‘쉼터’가 설치되지 않은 10개구 중 종로구·중구·용산구·성북구·금천구·강남구·강동구 등 7개구는 ‘앞으로도 설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은평구·서대문구·강서구 3개구는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려동물 쉼터 설치는 ‘11마리 댕냥이(강아지와 고양이) 집사’로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쉼터는 반려견 스트레스를 해소해 물림 사고, 소음 문제 등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 반려동물 복지를 위한 필수 시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있는 용산구에도 반려동물 쉼터는 없다. 용산구는 ‘마련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용산구는 서울시내 자치구 중 주민등록 인구수 대비 등록된 반려견 비율이 8.1%로 가장 높다.
반려견은 공원이나 고수부지 등에서는 반드시 차야 하는 목줄 때문에 자유롭게 뛰어놀 수 없다. 이때문에 놀이터가 필수다. 서울시에 등록된 반려견 숫자(58만9110마리)에 견주면 15곳은 턱없이 부족한 숫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견을 키우면서 산책시키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되는 나라도 있다. 반려견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자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 반려견 놀이터. 강신범 교육연수생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강신범 교육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