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교사들이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으로부터 보호받기 위한 대책으로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교육청의 적극적인 대응을 1순위로 꼽았다는 설문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전국 유·초·중등 교사 1만45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 주말 동안 진행한 설문조사를 25일 발표했다. 교사들은 학부모 갑질과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가 보호받기 위한 대책으로 ‘교권 침해 사안 교육감 고발 의무 법제화 등 가해자 처벌 강화’(63.9%)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학부모 인식 제고와 교육 및 서약서 등의 확인 절차’(45.9%), ‘관리자가 직접 민원에 대응하는 방안’(45.6%)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전교조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교사들의 목소리는 자기 방어권이 없다는 애절한 호소”라고 짚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2~23일 온라인 설문을 통해 이뤄졌고, 응답자가 복수 항목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실제 학부모 민원이 발생했을 때 대부분 교사는 교육청이나 학교 관리자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학부모 민원 발생 시 경험한 지원을 묻자 교사들은 ‘동료 교사들의 지원’(65.2%)을 가장 높은 비율로 꼽았다. ‘어떤 도움도 받지 못했다’(28.6%)는 응답이 두 번째로 많았고, 학교 관리자(21.4%), 교원단체나 노조(18.2%)의 지원을 받았다는 응답은 뒷 순위였다. 교육청으로부터 지원받았다는 응답은 1.8%에 그쳤다. 전교조는 “민원 발생의 책임이 온전히 교사들에게 부과되어 있다는 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통계”라며 “교육 당국은 정책 추진 시 관리자나 교육청의 역할과 책무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적극적인 보완책을 마련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활동 중 어려움을 겪었던 대목으로 교사들이 가장 많이 꼽은 것은 ‘부적응 학생 생활 지도’(95.3%)다. 과중한 업무(87.1%), 학교 공동체의 지지 및 보호 체계 부재(84.1%),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81.6%), 부당한 업무 부여(67%), 관리자의 갑질 및 무책임한 태도(62.3%)도 그에 못지 않았다.
이번 사건 재발 방지와 교권 보장을 위해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일에 관한 질문에는 ‘관련 법 개정을 통한 정당한 교육활동의 아동학대 처벌 방지’(89.2%)를 꼽았다. 이어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부 고시에 교사의 생활지도권 구체적 명시’(66.2%), ‘학교교권보호담당관(교장·교감), 교육활동 침해 학생 지도 시스템 및 지원인력 배치’(43.4%) 순이었다.
전교조는 이날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사 교육권 보장을 위한 대책안을 내놓았다. 대책안에는 △심각한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육감 고발 제도 도입 △학생 민원창구 관리자로 일원화 △교육부 고시에 교사의 생활지도권 구체적 명시 △아동학대범죄 기준에 정당한 교육활동을 예외 조항으로 명시 △교육활동방해 학생의 분리 조치와 생활지도, 관리자 책임제와 교원지위법 등 관련법에 명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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