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2년차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의 사망을 계기로 당정이 교권 보호를 위한 추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정이 교권 침해의 ‘주범’으로 지목한 학생인권조례 도입 뒤 10여년 넘게 비슷한 정부 대책이 있었고, 이번에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까지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사건이 터질 때마다 내놓는 단편적 대책으로는 고충 해결에 역부족이라고 지적한다.
실제 정부 교권강화 대책 가운데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교과부)에서 발표한 ‘교권 보호 종합 대책’이 대표적이다. 2010년 이후 2년여간 경기도교육청을 비롯해 광주·서울 등에 학생인권조례가 잇따라 도입된 여파로 교권 침해가 늘어났다는 논란이 확산되던 시점이다.
당시 교과부는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를 ‘학교교권보호위원회’로 바꾸고 ‘시도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했다. 폭행·협박 등 심각한 교권 침해를 한 학생에 대해서는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를 받도록 하는 방안도 나왔다.
2016년에는 ‘교원 지위 향상을 위한 교섭·협의에 관한 규정’(교원지위법)을 개정해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조처·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어 3년 뒤 교원지위법은 한번 더 개정됐는데, 중대한 교권 침해에 대해 관할 교육청의 고발 조치와 법률지원단 구성·운영이 의무화됐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해 12월엔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해 교사가 학생 생활을 지도할 수 있는 권한이 명문화됐다.
그러나 교권 침해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여전히 한해 2천건을 넘는다. 한국교육개발원 등에 따르면, 교육활동 침해 행위는 2014년 4009건, 2015년 3458건, 2016년 2616건, 2017년 2566건, 2018년 2454건으로 집계됐다. 수치는 줄었지만, 최근에는 폭언·폭행을 비롯해 강력사건에 가까운 교권 침해 사건이 알려져 사회에 충격을 안겨준 사례도 적지 않다.
좋은교사운동은 24일 성명에서 “교사의 교육활동에서 훈육과 훈계를 법적으로 보장하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재량 범위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법적 근거 마련과 별도로 교사 개인이 교권 침해 문제를 감당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한겨레>에 “지금은 문제가 생기면 교사가 변호사를 구하는 등 직접 대응해야 하는데 ‘일을 키워봐야 좋을 게 없다’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며 “기존 지원책이 작동하지 못한 이유부터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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