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추모객들이 숨진 담임 교사를 추모하고 있다.
“그동안 학교에서 학생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실 현장은 붕괴되고 있습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1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관에서 열린 교권 확립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 뒤 교육당국과 정치권이 잇따라 교권 보호를 위한 제도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이 부총리는 이날 간담회에서 “일례로 학생인권조례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를 주장해 교사의 정당한 칭찬과 격려가 다른 학생의 차별로 인식되어 다양한 수업이 어려워졌다”며 교육감들과 협의해 학생인권조례를 손볼 뜻을 내놨다.
교육계에선 이처럼 교권과 학생인권을 서로 충돌하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관련 대책을 마련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성준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한겨레>에 “이번 사건을 교권과 학생인권의 충돌로 몰고 가는 것은 본질을 흐리는 일”이라며 “교육 주체 사이 갈등만 증폭시키는 위험한 관점”이라고 우려했다.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도 이날 성명서를 내어 “학생인권과 교권이란 두 개념은 상충되는 게 아니다. 교권은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행사되는 권리로 상호보완적 관계”라고 짚었다. 이들은 “아동학대 면책권 도입보다는 학교나 교사가 적절한 방어권을 가질 수 있게 해 교육적 관점에서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주체가 학생과 학부모로만 비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교사가 정당한 교육활동을 했는데도 일부 학생·학부모에 의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장도 교육활동 침해 주체다. 대책 마련 때 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교권 대 학생인권이란 대립 구도를 넘어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있는 포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학생 생활지도와 학내 질서유지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며 “학생 생활지도는 교사의 일이지만 학내 질서유지는 학교장 등 학교 관리자가 할 일이다. 국내에서는 이 두 가지 영역의 구분 없이 모두 교사 개인이 책임지는 시스템인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짚었다.
영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와 내용, 교사의 권리와 권한, 그리고 직무상의 책임을 명확히 지침에 규정한다. 미국에선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사건 사고의 위험을 교사 개인의 문제로 넘기지 않고 국가나 지역사회 혹은 학교의 책임으로 넘기는 교원보호법을 운용한다. 한성준 공동대표는 “학교 현장은 교육당국의 제대로 된 지원도 없이 모든 민원과 책임을 교사 개인이 떠맡고 있다.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대한 법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고, (학생·학부모 등의) 과도한 문제행동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전문가를 학교에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는 국회에서 오는 28일 교육위 전체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기본적으로 교권을 보호하는 방향의 입법에 나섰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교권 회복 관련 법안이 빠른 시간 안에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교권이 보장되지 않는 교실에서 양질의 교육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교권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범죄로 보지 않도록 하고 △폭행·갑질 등으로 교육활동을 침해하는 학생·학부모나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원을 보호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등 개정에 나설 방침이다. 민주당은 세부적인 사항은 좀 더 살펴봐야 한다면서도 “교권 관련 법안에 우선순위를 두고 검토하겠다”(김영호 교육위 민주당 간사)고 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ㅅ초등학교 교사 분향소에서 헌화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