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인근에 고인이 된 담임교사의 추모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연합뉴스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 교사에 대한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21일 해당 학교 담장은 근조화환 1500여개와 애도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 수백개로 둘러싸였다. 고인이 학생 간 갈등에 대한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에 힘겨워했다는 동료 교사 증언이 잇따르면서, 학교 현장에서 힘겨웠던 동료 교사들의 분노와 일반 시민들의 공감이 추모 행렬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임용된 신입 교사가 자신이 학생들을 가르치던 학교에서 숨진 것은 함의하는 바가 적지 않다. 서울교사노동조합에 따르면 고인은 학교폭력 사건으로 학부모로부터 수십통의 전화를 받고 교무실로 찾아온 학부모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전날 해당 초등학교가 낸 초기입장문을 보면, 이런 부당한 처우를 겪고도 마땅히 호소할 곳이 없었을 것이란 짐작을 하게 된다. 학교 쪽은 “해당 학급에서 발생했다고 알려진 사안은 학교의 지원하에 다음날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건을 서둘러 덮으려는 의도로 비친다.
21일 서울 강남서초교육지원청에 마련된 초등학교 교사의 분향소에서 한 추모객이 슬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사건 외에도 일선 학교에서 벌어지는 ‘교육활동 침해’ 실태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말 서울 양천구 한 초등학교에선 교사가 상담수업 대신 체육수업을 가겠다는 6학년 학생을 설득하다가 다른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2017년 이후 6년간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원 상해·폭행이 1249건에 이른다. 그외에도 모욕과 협박, 부당한 간섭 등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학교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설치돼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정부·여당은 ‘학생인권을 강조하다 교권이 추락했다’며 학생인권조례 정비라는 황당한 대책을 꺼내 들었다. 원인 진단도 잘못됐을 뿐 아니라, 자칫 학생·학부모와 교사 간 대립 구도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전혀 해법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교사들이 ‘안전하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지금처럼 교사 개인이 모든 학부모의 민원에 일일이 응대해야 하고, 부당한 교육활동 침해가 있더라도 제대로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 학교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분쟁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우선이다. 교사도 학생도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