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16일(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한국 정부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중재 2일 차 심리에서 한국 정부 측 대리인을 맡은 로펌의 변호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약 1300억원(법률비용 포함)을 배상하라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ISDS) 판정에 대해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부는 18일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2018년에 제기한 국제투자분쟁 사건에 대해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날은 ‘엘리엇 판정’에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마지막 날이었다. 영국법은 △관할 위반(중재합의 범위 일탈 등) △절차상 중대한 하자 △영국법 위반 등의 이유로만 중재판정 취소소송이 가능하도록 제한한다.
법무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 제기 사유로 들었다. 국제투자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인데,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법무부의 주장이다. 이는 “국민연금은 결과적으로 독립적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한국 법원의 판단과도 일맥상통하다. 엘리엇과 같은 논리로 한국 정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내 투자자들은 대부분 패소했다.
법무부는 “공공기관 등이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국제투자분쟁 사건은 찾아보기 어렵다”며 “취소소송으로 바로 잡지 않을 경우 앞으로 우리 공공기관 및 공적 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부당한 국제투자분쟁 제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앞서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당시 ‘청와대와 복지부가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제기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엘리엇 쪽 주장을 일부 인용했다. 복지부 등이 국민연금에 개입한 행위는 협정상 “정부의 조치”였고, 국민연금은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고 판단하며 우리 정부에 5359만 달러(약 690억원)를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지연이자와 법률비용 등을 포함하면 한국 정부가 지급해야 할 배상총액은 1389억원으로 늘어난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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