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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변호사 시장에 뚝 떨어진 로톡…“올 것이 왔다”

등록 2023-07-18 07:00수정 2023-07-18 09:39

법률 서비스 확장인가, 변호사 영토 침범인가
지난해 1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난 뒤 촬영한 서울 서초구 거리에 설치된 ‘로톡' 광고물. 연합뉴스
지난해 1월 경찰의 불송치 결정이 난 뒤 촬영한 서울 서초구 거리에 설치된 ‘로톡' 광고물. 연합뉴스

법조계에서 ‘제2의 타다’ 사태로 불리는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온라인 법률플랫폼의 갈등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변협은 법률플랫폼이 변호사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플랫폼 회사들은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법률 문턱을 낮췄다고 반박한다. 법률플랫폼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변협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원회가 20일 열릴 예정인 가운데, <한겨레>가 규제(변호사법)와 신생 사업 사이에서 공존의 길을 살펴봤다.

김석민(가명·39)씨는 지난해 9월 한 렌터카 업체로부터 위약금 청구 소송을 당했다. 김씨는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렌터카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돌려줬는데, 업체에서 위약금 120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법원은 서면답변서를 요구했다. 김씨는 렌터카 업체 주장이 타당한지, 법 규정이 무엇인지, 승소 사례가 있는지 등 법률 상담을 받고 싶었다.

국선변호사를 만날 수 있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재판보다 합의로 위약금을 조정하라고 했다. ‘렌터카’ ‘위약금’ 등의 단어로 온라인 검색을 했더니 변호사 광고가 떴다. 상담 비용 정보도, 변호사 평가도 없었다. 무엇보다 주변에선 “3천만원 미만의 소액 소송은 간단해 변호사를 안 쓴다”고들 하는데, 김씨는 자신의 사건이 ‘변호사를 쓸’ 정도인지 가늠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김씨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간단한 법률 상담을 받는 것조차 문턱이 너무 높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기울어진 시장’ 파고든 법률플랫폼

법률 소비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변호사’를 찾는 일이다. 변호사는 많지만 평가가 공유되지 않는 탓에 김씨 같은 소비자에게 변호사 선택권은 사실상 없다. 소비자에겐 ‘비싼 변호사가 좋은 변호사’라는 막연한 인식만 퍼져 있다. 어렵사리 변호사를 만나더라도 적절한 상담인지 알 길도 없다. 소비자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변호사를 만날 수밖에 없다.

법률플랫폼은 이 지점을 파고든다. 소비자는 경력·전문성을 보고 변호사를 골라 상담받을 수 있고, 비슷한 법률 상담 사례도 볼 수 있다. 법률플랫폼들을 포함해 인공지능(AI) 활용 법률 산업을 뜻하는 ‘리걸테크’ 업체는 현재 31개(리걸테크산업협의회 회원사 수)에 이른다.

대표적인 법률플랫폼은 선발 주자 로앤컴퍼니가 2014년 2월 선보인 ‘로톡’이다. 변호사는 자신을 광고하고, 소비자는 변호사를 골라 비용(15분당 2만~3만원)을 내고 상담을 받을 수 있다. 렌터카 업체와 소송 중이던 김씨는 변호사를 선임하는 대신 플랫폼에서 만난 변호사와 상담하며 서면답변을 준비했다. 결과는 승소. 김씨는 “(법률 상담 플랫폼이) 시간과 비용 모두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2022년 11월7~15일 플랫폼 이용 경험이 있는 8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를 보면, 변호사 상담료가 10분당 평균 2만원 수준이면 서비스를 이용하겠다는 소비자 비중은 89.3%에 달했다. 특히 월평균 가구소득이 400만원 미만에서 두드러졌다. 이경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설문조사를 토대로 ‘법률 상담 플랫폼의 효용과 시장 확대에 대한 연구’에서 “플랫폼이 법률서비스 이용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고 진단했다.

■ ‘청년 변호사’들 의뢰인 장벽도 낮춰

<한겨레>는 2~27년차 변호사 10명에게 법률플랫폼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다. 찬성 변호사들은 법률플랫폼이 활성화되면 변호사 광고 비용이 낮아지고 사건 수임 경로가 투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5년차 변호사 ㄱ(37)씨는 “변호사를 알리려면 사무장을 고용하거나 포털사이트에 광고를 해야 하는데 사무장 고용은 불법이고 포털 광고는 비용이 많이 든다”고 말했다. 8년차 변호사 ㄴ(39)씨도 “로펌은 광고비로만 한달에 몇억씩 쓰는데 이제 막 개업한 변호사가 광고비를 써봐야 ‘태평양에 조약돌 던지기’밖에 안 된다”고 했다.

젊은 변호사들은 ‘알음알음’ 사건 수임보다는 공개적인 플랫폼을 통한 투명한 사건 수임을 선호했다. 지난해 7월 기준 로톡에서 활동하는 변호사의 74.7%는 경력 10년 이하 변호사였다. 로톡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변협에서 징계를 받은 5년차 변호사 ㄷ씨는 “불법 브로커나 사무장 로펌 등 불투명한 경로로 사건을 수임하는 잘못된 관행이 법률 소비자에게 고통을 줬다. 플랫폼이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변협과 법률플랫폼의 난투극

그러나 플랫폼이 법률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나온다. 법률 상담보다 영업 행위에 치중하면 변호사의 권위와 법률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변호사단체가 법률플랫폼 활동에 반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한 법률플랫폼이 ‘광고’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상은 변호사법에서 금지하는 소개·알선·유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도 본다. 이를 이유로 변협은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들에 대해 견책·과태료 등 징계를 내렸다. 오는 20일 법무부는 징계를 받은 변호사들의 이의 신청에 따라 징계가 적절했는지 심의를 시작한다.

11년차 변호사 ㄹ(45)씨는 “능력 있는 변호사보다 광고 노출이 많이 된 변호사들이 플랫폼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댓글 수나 활동 내역을 늘리기 위해 사무장을 고용해 상담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2년차 변호사 ㅁ(31)씨는 “법률플랫폼이 여럿 나와도 한두개만 살아남을 텐데 법률서비스 시장을 독점해 권력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앞서 2000년대 초반 등장한 법률플랫폼 ‘로마켓’은 변호사의 학력 등 개인정보를 제공하다가 변호사들이 인격권 침해라고 반발하면서 사업을 접었다. 이번에도 변호사단체와의 갈등으로 법률플랫폼은 주저앉게 될까? 20년 전과 차이점은 배달 등 플랫폼이 일상화되고 변호사들의 인식도 달라졌다는 점이다. 12년차 변호사 ㅂ씨는 “로스쿨 도입 이후 권위의식이 많이 사라졌다”며 “이들은 플랫폼을 활용한 변호사 활동에 거리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기준 한국의 변호사 수는 약 3만명이다. 20년 전(2001년·5천명)보다 6배나 늘었지만 변호사에 대한 법률 소비자의 갈증은 여전하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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