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변호사의 47.3%가 이용 중인 ‘벤고시닷컴’ 갈무리. 화면 오른쪽에는 분야별 변호사 랭킹이 있다.
일본 최대 변호사 검색 플랫폼 ‘벤고시닷컴’은 일본 변호사의 47.3%인 2만1228명이 이용 중이다. 2005년에 설립된 벤고시닷컴은 변호사 소개, 법률 상담, 견적 요청 등의 서비스를 망라하는 명실상부한 ‘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했다. 벤고시닷컴에서 지역과 분야를 선택하면 변호사를 추천해주고, 게시판에 법률 상담을 적으면 변호사가 답해준다. 설립 9년째 흑자 전환한 벤고시닷컴은 2014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됐다. 지난해 매출은 87억엔(약 797억원), 영업이익 11억엔(약 100억원)을 기록했다.
미국에는 리걸줌(Legalzoom), 아보(Avvo) 등 다양한 변호사 검색 플랫폼이 있다. 2011년 설립된 리걸줌은 △변호사 검색 △법률 문서 작성 △법률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1년 나스닥에 상장해 현재 시가총액은 24억여달러(약 3조원)다. 정혜련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는 논문 ‘리걸테크와 소비자후생’에서 “리걸줌은 과거 6천달러(약 763만원) 정도가 소요되던 법률서비스 비용을 약 300달러(약 38만원) 정도로 제공해 고객의 부담을 크게 덜어줬다”고 평가했다.
두 나라의 법률플랫폼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험난한 정착 과정을 겪었다. 여러 주의 변호사단체가 변호사법 위반을 이유로 리걸줌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리걸줌이 변호사를 대체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법률플랫폼 손을 들어줬다. 일본 벤고시닷컴 역시 변호사법을 위반한다는 논란 끝에 2018년 일본변호사연합회가 ‘변호사 정보 제공 웹사이트에 관한 지침’을 만들었다. ‘단순 광고’는 허용하지만 ‘알선’은 위법으로 판단한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리걸테크 산업이 성장하는 가운데 변호사를 온라인에서 찾는 것은 보편화됐다. ‘로톡의 운영 방식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법무부는 2021년 “국민을 위한 리걸테크 서비스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며 리걸테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기도 했다.
‘리걸테크 연구모임’을 이끄는 이현곤 변호사는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필요한 것을 찾는 데 익숙해졌기에 법률서비스도 온라인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일본 법률사무소 연수 경험이 있는 최현윤 변호사는 “일본에서 벤고시닷컴이 처음 출시됐을 때 부정적인 시선이 있긴 했으나 지금 일본 변호사들에게는 벤고시닷컴 등록이 필수적으로 여겨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