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4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2회 여성기업주간 개막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6일 ‘전면 백지화’를 선언한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경기 하남 감일지구와 양평군 양서면을 잇는 도로로 2017년부터 추진돼왔다. 2021년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가까스로 통과하면서 9부 능선을 넘었지만,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와 형제자매, 장모 최은순씨 등이 보유한 토지 수천평이 있는 곳으로 종점이 바뀐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국토부는 설명자료를 배포하며 의혹 해명에 나섰지만, 사업 추진 이래 단 한번도 거론된 적 없던 종점 변경이 정권교체 이후 왜 갑작스럽게 이뤄졌는지 의문이 여전하다.
국토부가 이날 배포한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라는 제목의 문서에서 국토부는 ‘종점을 변경한 것이 아니고,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대안으로 다른 종점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국토부가 ‘변경된 종점’을 적시한 지난 5월 공개한 ‘전략환경영향평가 항목 등의 결정 내용’ 문서를 보면 사업목적 항목에 “서울~양평 고속국도 건설 사업은 양평군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는 사업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강상면을 종점’으로 한 변경안으로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1월 국토부가 관계기관들에 보낸 내부 공문에도 ‘강상면 종점 안’이 적시돼 있다.
② 바뀐 종점 1㎞에 김건희 일가 땅 가까운 남양평IC
국토부는 강상면으로 종점이 바뀐다고 해도 지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주장도 펼쳤다. 종점부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될 뿐 진·출입이 불가능하다는 게 주장의 근거다.
하지만 역시 사실과 다르다. 강상면 종점과 불과 1㎞ 떨어진 곳에 중부내륙고속도로 남양평나들목(IC)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안대로 양서면에 종점이 마련됐다면 남양평나들목까지 약 8㎞를 달려야 한다. 김 여사 일가의 땅은 남양평나들목에서 가깝다. 양서면이 종점일 때보다 서울을 기준으로 더 빨리 김 여사 일가 토지에 갈 수 있다는 뜻이다.
③ 체증 해소 유리한 기존 종점, 국힘 의원이 추진
국토부는 ‘강상면 종점 안이 교통정체 해소 효과가 더 크다’고도 주장했다. 이 주장은 국토부 기존 입장과 배치된다. 양평고속도로는 주말이면 관광객이 몰리는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 일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이 목적에 맞춰 양서면으로 종점이 정해졌고, 국토부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정동균 전 양평군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양서면 종점이 양평군 교통체증 해소에 효과가 크다는 것은) 국토부와 도로공사, 용역회사들의 공통적인 생각이었다. 이를 가장 먼저 시작한 것도 정병국 전 국민의힘 의원이었다”며 “만약 강상면이 효과가 더 좋았다면,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 12년간 양평군수를 하면서 왜 가만히 있었겠느냐”고 했다.
심우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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