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일 인사청문회를 앞둔 권영준(53·사법연수원 25기) 대법관 후보자가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로 재직하면서 지난 5년간 법률의견서를 써준 대가로 법무법인(로펌)에서 18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받은 액수가 10억원가량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6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실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권 후보자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로펌 7곳에서 의뢰를 받아 국내소송과 국제중재 등 38건의 사건에 법률의견서 63건을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김앤장(30건)이었다. 그다음으로 태평양(13건), 세종(11건), 피터앤김(5건), 율촌(2건), 한결(1건), 바른(1건) 순으로 나타났다. 로펌에서 받은 총금액은 18억1563만원(세금공제 후 6억9699만원)이며, 그 가운데 9억4600만원을 김앤장에서 받았다.
법률의견서는 재판 당사자가 법리나 학설에 대한 의견을 재판부에 참고용으로 제출하는 자료를 말한다. 법률의견서는 당사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한 목적으로 제출하는 만큼 중립적인 감정과는 성격이 다르다.
권 후보자가 작성한 의견서는 1건당 1천만~5천만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교수 급여를 상회하는 대가인 데다 대형 로펌 사건을 접해야 하는 대법관 후보로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2018~2021년 권 후보자가 서울대로부터 매년 1억1천만~1억2천만원의 근로소득을 받았다.
장 의원은 “로펌의 의뢰를 통해 작성되는 의견서는 많은 경우 법원에 제출되는데, 결국 소송 중 어느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며 “권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재직 전 판사로 근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재판에 영향을 미쳤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 후보자는 장 의원실에 “보수의 많은 부분은 국제중재 절차 전문가로서 증인 활동한 것”이라며 “후보자가 받은 보수는 일반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6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은 권 후보자와 서경환(57·21기)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권 후보자와 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오는 11일과 12일 국회에서 열린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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