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진실화해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56차 전체위원회에서 김광동 위원장(맨 앞) 등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을 총괄하는 조사1국장에 국가정보원 대공수사3급 출신 인사가 내정돼 대통령실 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보기관의 전신 역시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가해 집단 중 하나여서, 국정원 출신이 조사 주체가 되는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진실화해위는 조사1국장에 해당하는 별정직 공무원(고위공무원 나급) 채용 절차를 진행해, 국정원 출신 인사를 조사1국장 후보에 내정하고 대통령실에 인사검증을 요청했다. 내정된 인사는 최근까지 국정원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퇴직한 상태다.
국정원 대공수사 출신을 조사1국장에 내정한 것은 “한국전쟁기 부역 혐의 희생자 중 실제 부역자가 있는지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김광동 위원장 발언에 힘을 싣는 인사로 풀이된다. 조사1국은 한국전쟁기 대한민국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과 적대 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을 다룬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전쟁 당시 재판 등 아무런 절차 없이 끌려가 총살 당한 이들에게 부역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이를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1기(2005~2010년)를 포함해 역대 진실화해위엔 국정원을 비롯 행정안전부·국방부·검찰·경찰 출신 공무원들이 파견을 나온 적은 있으나, 이들이 고위직 공무원으로 임명된 적은 없다. 진실화해위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 가해 집단중 하나인 방첩대(CIC)는 한국 정보기관의 전신이기도 하다”며 “국정원 출신 인사가 과연 가해 기관과 연루된 사건을 객관적으로 조사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 역시 “국가의 인권유린과 관련해 대부분 사과의 주체가 되는 기관(국정원)이 조사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진실화해위 자문위원이기도 한 이화영 인권의학연구소장은 “1기 진실화해위 때에도 가해 혐의 기관에서 나온 조사관이 ‘북한에 갔다 왔다’는 피해자 증언만 듣고 ‘간첩 아닙니까’라고 해 피해자가 놀란 적이 있었던 것으로 들었다”면서 “심지어 조사관을 총괄하는 고위직에 국정원 출신이 오는 것은 더더욱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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