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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족들 “김광동, 유가족에 비수 꽂아”

등록 2023-06-11 14:08수정 2023-06-11 14:13

9일 영락교회 망언에 대한 민간인 학살 유족회원들의 반응
5월24일 오후 진실화해위 비상임위원실에서 방청하던 제55차 전체위원회 공개회의가 10분도 안돼 끝나고 퇴장을 요구받자 항의하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회원들. 고경태 기자
5월24일 오후 진실화해위 비상임위원실에서 방청하던 제55차 전체위원회 공개회의가 10분도 안돼 끝나고 퇴장을 요구받자 항의하는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 회원들. 고경태 기자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가족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최근 잇따라 “부역혐의 희생자의 부역 여부를 살펴보겠다”,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 보상은 부정의” 등의 발언을 내놓으면서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11일 <한겨레>가 접촉한 유가족들은 김 위원장의 최근 발언에 크게 분노했다. 진실화해위 전체위원회가 격주로 수요일에 열릴 때마다 방청을 위해 진실화해위가 입주한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을 찾는 최영희 씨는 아버지가 전남 영암 지역 부역혐의 학살 희생자다. 최씨는 “(김 위원장이) 요즘 부쩍 본인 성향을 표출하는 발언을 많이 하던데, 정치권으로 나가기 위한 포석이 아닌가 싶을 정도”라며 “지난 7일 56차 전체위원회 때는 진실화해위 이름에 걸맞게 사회통합을 위해 소임을 다한다더니 그 말을 정면으로 뒤집었다”고 꼬집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부역혐의 희생자의 부역 여부를 살펴보겠다”고 하더니, 지난 9일 영락교회 조찬기도회에서는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 보상은 부정의”라고 했다.

마찬가지로 전체위원회가 열릴 때마다 진실화해위를 찾아 방청하는 신중재 영암군 유족회장은 “가해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중요하다”며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피해보상을 달리해야 할 듯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원장한테 맡겨진 임무는 조사하고 진실규명하는 건데 왜 보상 어쩌구 떠드는지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진주유족회의 정연탁씨도 “진보·보수 진영을 떠나 김 위원장은 영특하지 못한 바보다. 왜 본인이 재판관이 되어 군경에 의한 학살의 보상에 대한 부당성을 따지려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명호 충남 서산유족회 회장은 “진실화해위를 설립한 기본법을 부정하는 자가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유족들에게 비수를 들이대는 데 그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인지 의심될 정도다. 자진사퇴만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용일 충남유족연합회장은 “김 위원장은 어느 나라의 진실화해위 위원장이냐”, 안원경 충북유족연합회장은 “민간인 학살은 국가범죄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맹억호 충남 아산유족회 회장은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과 경찰이 부녀자와 젖먹이 아이까지 적법한 절차없이 집단학살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런 부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봤다”는 김 위원장 발언을 빗대 한 말이다.

맹 회장은 특히 이 발언이 영락교회에서 이뤄진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서북청년단(서북청년회)은 1946년 북한에서 월남한 기독교 청년들을 중심으로 설립된 극우 반공단체다. 이들이 민간인 학살에 적극 가담했다는 증언 때문에 논란이 된 바 있다. 영락교회 재단이사장이었던 한경직 목사(1902~2000)는 자신의 회고록에서 영락교회 청년들이 중심이 되어 서북청년회를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6월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전체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동 위원장, 한국전쟁 희생 사건을 총괄하는 1소위 위원장 이옥남 상임위원, 차기환 비상임위원. 김광동 위원장의 망언은 특정 세력을 전제로 진실화해위 기본법을 해석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rk
6월7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남산스퀘어빌딩 진실화해위 6층 대회의실에서 전체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김광동 위원장, 한국전쟁 희생 사건을 총괄하는 1소위 위원장 이옥남 상임위원, 차기환 비상임위원. 김광동 위원장의 망언은 특정 세력을 전제로 진실화해위 기본법을 해석하는 김 위원장의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윤운식 기자 yws@hani.co.rk

김 위원장의 9일 영락교회 강연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한 것은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보상의 중요성이었다. 이번에 <한겨레>에 의견을 밝힌 한국전쟁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가족 중 적대세력 희생자에 대한 보상을 반대하는 유족은 없었다.

진주유족회 정연탁씨는 “인민군이나 지역 좌익 세력에 희생된 사건에 대해 정부에 대한 소송이나 보상 자체가 이뤄진 일이 없다고 들었으나 전쟁 때문에 희생된 분들이 분명하므로 별도의 입법 등 조치가 이뤄져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적대세력 희생자 유족들이 보상을 받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일부 유족들이 거짓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누가 돈 몇푼 받자고 부모얼굴에 먹칠을 하고 거짓말을 하겠나. 설령 거짓말을 한다 해도 현재 진실화해위 조사관 정도면 흑백을 가릴 능력이 있을 거다 기우에 불과하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왜 피해 신청인들을 모욕한다는 비판을 감수하며 진실화해위 취지에 어긋나는 말을 계속하는 것일까.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대법관 출신의 한 법조인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진영을 떠나 과거의 어떤 쪽 세력이든 정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을 해원하기 위한 취지로 만든 법이므로, 이 세력은 안되고 저 세력은 되고 하지 말고 정확하게 이 법의 취지에 들어맞는지를 따지면 되는 문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특정 세력을 전제로 이 법을 해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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