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이 9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6·25전쟁 한국기독교의 수난과 화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고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김광동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집단학살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심각한 부정의”라고 말했다. ‘5·18 북한 개입 가능성’ 발언에 이어 진실화해위 위원장 자격을 의심케 하는 망언이다. 김 위원장은 유족들에게 사죄하고 당장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김 위원장은 9일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주최한 월례 조찬 기도회에서 “침략자에 맞서서 전쟁상태를 평화상태로 만들기 위해 군인과 경찰이 초래시킨 피해에 대해 (희생자) 1인당 1억3200만원의 보상을 해주고 있다. 이런 부정의는 대한민국에서 처음 봤다”고 말했다. 그는 “침략자에 의해 초래된 희생은 감추고, 침략을 막는 과정에서 발생한 민간인 희생을 ‘국가범죄, 국가폭력’이라는 이름으로 교육하고 보상해주고 있다”고 막말을 했다. 역사적 사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다. 진실화해위에서 인정된 한국전쟁 시기 민간인 학살은 군인들의 정당한 전투 행위와 전혀 관계가 없다. 당시 희생된 민간인들은 ‘침략자’가 아니었다. 극심한 좌우 대립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민간인들이다. 유족들은 부모 형제가 학살당했는데도 ‘빨갱이’ 낙인이 찍혀 공권력에 의한 탄압과 불이익을 받았다. 진실화해위는 철저한 조사를 통해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이들에 대한 보상은 사법부 판결을 통해 승소한 경우에만 이뤄졌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부정의하다”고 모독하는가.
김 위원장은 또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자 유가족들이 군경이 죽였다고 신고를 한다. 인민군이나 빨치산에 의해 죽었다고 하면 보상을 못 받기 때문”이라며 유족들을 모욕했다. 북한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 제대로 보상을 못 받는 것은, 재판에서 북한군의 만행까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에 대한 법원 판단에서 비롯된 문제다. 이는 새로운 법을 만들어 해결할 문제일 뿐, 보상 차별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런데 이를 교묘하게 비틀어 이념 분쟁으로 활용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에도 국회에 출석해 “북한이 (5·18 민주화운동에)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망언으로 국민 분노를 산 바 있다. 그는 임명 당시부터 이러한 비상식적 편향성 탓에 적절치 못한 인사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이를 무시한 채 임명을 강행했다. 그 결과다. 과거사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자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진실화해위원장이 오히려 상처를 다시 헤집고 있다. 이것이 진실화해인가. 언제까지 김광동을 견뎌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