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삼청교육대에 끌려온 이들은 생지옥을 방불케하는 순화교육을 받았다. 이듬해에는 중고생을 대상으로 삼청교육대와 같은 순화교육이 실시되었다. 문교부가 국방부에 요청을 했고, 국방부는 군인들을 파견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전날 오후 열린 제56차 전체위원회를 통해 ‘청소년 순화교육 사건’ 3건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Ⅱ)’ 237건을 포함한 288건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청소년 순화교육 사건’이란 1981년 상반기 중고생들이 아산충무수련원과 경주화랑교육원, 강화호국교육원에 강제로 입소돼 군사훈련을 받고 교관(군인)으로부터 폭행 등을 당한 일을 가리킨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들이 학생들의 행복추구권과 신체의 자유 침해 등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와 관련이 있어, 순화교육을 실시한 배경과 절차, 실시 프로그램, 참여자들에 대한 인권침해와 이후 피해 등에 대해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1980년 8월4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는 ‘사회악 일소 특별조치’를 발표하고, 사회정화운동 차원에서 고등학생을 포함해 삼청교육을 실시했다. 이후 문교부도 1981년 학교정화운동 차원에서 문제학생으로 시·도 교육위원회에서 보고된 10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순화교육을 실시했다. 같은 해 문교부는 국방부에 학생순화교육을 요청하였고 국방부는 군인으로 구성된 교관(상반기 44명, 하반기 33명)을 파견해 1980년의 삼청교육대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는 ‘극기심배양훈련’, ‘극기훈련’ 등 다양한 이름으로 1988년까지 매년 수백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1981년부터 1988년까지 당시 언론 보도에 나타난 청소년 순화교육 대상자수는 4700명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전체위원회에서 조사개시 결정된 288건 중 237건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한 것은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이다. 이는
지난 5월17일 <한겨레>가 보도한 내용으로, 지난해 12월 국외입양인 34명에 대한 1차 조사 개시에 이은 2차 조사다. 대상자 237명은 영‧유아‧아동이었던 1960년부터 1990년경까지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11개국에 입양된 사람들이다. 세계 최대 한인 입양인 커뮤니티 ‘덴마크 한국인 진상규명 그룹’(DKRG)은 지난해 8~12월 진실화해위에 국외입양인 372명에 대한 조사를 신청한 바 있다. 진실화해위는 오는 6월 중순 코펜하겐 등 현지에서 입양인과 관련 기관들을 조사할 계획이다.
진실화해위는 이밖에도 ‘고성우의 항일독립운동’과 ‘전북 고창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울산과 전북 정읍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 ‘서울지역 및 경북 구미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에 대해서도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고성우의 항일독립운동’은 진실규명대상자가 일제강점기 개량서당인 노화충도학원을 설립하여 교육계몽운동과 항일독립운동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으로 노화청년회 활동과 노화충도학원을 설립한 사실이 동아일보 등 신문자료에서 확인되면서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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