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2015년 12월2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015년 12월28일 한국과 일본 사이에 발표된 ‘위안부 합의’ 관련 협상 문서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를 상대로 낸 정보비공개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원심을 1일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며 정보공개법이 정한 비공개 대상 정보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박근혜 정부 때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은 일본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과 외교장관회담을 갖고 2015년 12월28일 합의문을 공동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군이 관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아베 총리의 사죄를 대독했다. 그러면서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불가역적으로 종결됐다고 선포했다.
송 변호사는 2014년 4월 한일 국장급 협의 개시 이후 공동 발표문이 나올 때까지 양국이 협의한 협상 관련 문서를 일부 공개하라며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공개 요구한 문서는 한일 공동 발표 교섭 문서 중 △‘군의 관여’ 용어 선택의 의미 △강제연행 인정 여부 △‘성노예’ ‘일본군 위안부’ 등 용어 문제 및 사용에 대해 협의한 내용 등이다.
1심과 2심 판결은 엇갈렸다. 1심은 “외교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정보의 비공개로 보호되는 국가의 이익은 국민의 알 권리보다 크지 않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12차례에 걸친 한일 국장급 협의 전문과 비공개로 진행된 2차례의 한일 국장급 협의 전문을 공개하라고 했다. 그러나 2심은 “정보가 공개된다면 일본 쪽 입장에 관한 내용이 일본 동의 없이 노출됨으로써 외교 신뢰 관계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뿐만 아니라, 양국 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외교 관계의 긴장이 초래될 수 있다”며 1심을 뒤집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정보공개법은 ‘국가안전보장·국방·통일·외교관계 등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한다. 2심이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는 외교부가 일본 정부와 진행한 협상의 결과물”이라며 “비공개로 진행된 외교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을 이익이 이를 공개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크다고 본 원심(2심)의 판단을 수긍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강제연행 인정 여부, ‘성노예’ 등 용어 사용 등으로 제한해 협상 문서 공개를 요청했는데도 단지 외교 관계라는 이유로 비공개 처분한 것은 사법부가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일본 정부는 2019년에 이미 ‘성노예는 사실에 반한다는 점을 한국 쪽이 확인했다’는 내용을 담은 외교청서를 공개한 바 있다”며 “일본 외교청서의 내용이 사실인지를 확인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다시 외교부를 상대로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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