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이 지난해 7월29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경찰의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정대일 통일시대연구원 연구실장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정 실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25일 밝혔다. 정 실장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등을 소지해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를 위반한 혐의를 받는다. <세기와 더불어>는 김일성 주석의 출생과정부터 항일투쟁까지 일대기와 주체사상 등을 선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법원이 2011년 ‘이적표현물’로 판단한 이 책은 옛 평양 조선노동당 출판사에서 대외선전용으로 펴낸 원전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7월 정 실장의 집과 통일시대연구원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압수품목에는 정 실장이 보관하고 있던 <세기와 더불어> 국내 출간본과 컴퓨터, 휴대전화, 연구자료 등이 포함됐다. 정 실장은 압수수색 당시 “연구자가 연구자료를 모으는 것은 당연하다”며 경찰 수사가 학문과 직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반발했다. 이후 정 실장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자 지난해 11월 경찰은 정 실장을
경기 수원 자택에서 체포해 조사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압수수색 때 확보한 자료들을 분석하고 이적성 여부를 판단하느라 시간이 걸렸다”며 “<세기와 더불어> 외에도 학자로서 연구 범주를 넘어선 (체제 찬양·선전) 자료들이 대거 확인돼 혐의가 충분하다고 봤다”고 했다.
앞서 지난 2021년 4월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의 <세기와 더불어> 출간 소식이 알려진 뒤 논란이 일자 당시 국민의힘은 논평에서 “김일성 우상화의 실체를 깨닫게 해줄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식과 체제의 우월성을 믿고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자”며 학문·표현의 자유 차원에서 접근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1월 <세기와 더불어>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국가보안법 7조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있다. 헌재는 앞서 해당 조항을 7차례 합헌 결정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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