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 심사소위원회에서 노란봉투법이 가결 처리된 지난 2월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종식 기자 anaki@ahni.co.kr
2015년 첫 발의 뒤 보수 정치권과 재계 등의 반발에 부딪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던 노란봉투법은 8년여 만에 국회 본회의 안건으로 올라가게 됐다. 다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4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의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으나, 실제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국회법 86조3항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안의 본회의 부의 요구가 있는 날부터 30일 안에 이 법안의 본회의 ‘부의’ 여부를 무기명 투표에 부치도록 한다.
무기명 투표는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과반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에 6월 임시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이 본회의에 부의될 수는 있다. 법안을 심사·토론하고 표결하려면 본회의에 법안이 ‘상정’돼야 하는데, 김진표 의장이 노란봉투법을 바로 상정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이나 간호법과 마찬가지로, 여야가 추가로 합의하라며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6월 내에 처리하자”는 정의당과 달리, 167석으로 법안 통과의 열쇠를 쥔 민주당도 “본회의는 절차대로 하겠다”는 태도여서 본회의 처리엔 예상보다 시간이 걸릴 가능성도 있다.
애초 노란봉투법은 2014년 쌍용차 파업 당시 경찰이 낸 손해배상(손배) 소송에 대해 법원이 47억원에 이르는 배상 판결을 하자, 한 시민이 이들을 돕고 싶다며 노동자 월급봉투를 상징하는 노란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 보낸 게 발단이 됐다. 이후 가수 이효리씨, 노엄 촘스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교수 등 4만7천여명이 동참해 14억원 넘는 돈이 모인 바 있다. 이듬해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 ‘노란봉투법’을 첫 발의했지만 이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번 개정안은 하청·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원청과 직접 교섭하고, 파업 등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이 통과하면 노동 현장에서 사실상 하청업체의 근로조건을 좌우해온 원청이 직접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특수고용직 노동자들과 교섭할 의무를 지니게 된다. 또 쟁의행위 대상 범위도 기존 임금인상, 복지 등에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 단체협약의 불이행 등으로 확대된다.
노조법 3조는 원안과 달라졌다. 애초 손해배상청구 자체를 제한하거나 배상액을 제한·감면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상임위 논의 과정에서 빠졌다. 대신 노조의 불법행위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귀책사유 등에 따라 개별 책임 범위를 정하라는 규정으로 대체됐다. 그간 법원은 민법을 토대로 공동의 불법행위에 대해 공동책임을 물어왔다. 가령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도크 점거 파업을 했던 하청노조 조합원 5명에게 47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법원이 책임을 인정하면 이들은 배상액 전체를 함께 변제해야 한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수백만 하청노동자의 노동 기본권을 보장할 첫 법률개정안이 본회의에 올라가게 됐다”고 의미를 뒀다. 한국노총도 “사각지대에서 신음하던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노동권을 보호받고, 정부와 여당이 그토록 주장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도 다소나마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제 6단체는 공동성명을 내어 “노동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은 산업현장에 파업 만능주의를 만연시킬 것”이라며 “국회가 본회의 상정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해정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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