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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노란봉투법이라는 백신 / 전종휘

등록 2022-11-28 17:15수정 2022-11-30 17:04

노란봉투법. 김재욱 화백
노란봉투법. 김재욱 화백
대법원이 6년5개월간 판결을 미루고 끌어오던 소송에 대한 선고를 오는 30일 한다. 원고는 대한민국이고 피고는 전국금속노조 소속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2009년 회사 쪽의 대량 정리해고에 반대해 공장을 점거하고 이른바 ‘옥쇄파업’을 벌였다. 경찰은 진압 과정에서 경찰력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노동자들에게 11억3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동안 이자가 계속 붙어 노동자들이 이번에 패소하면 내야 할 돈이 30억원가량이다.

대법원이 고심하는 동안 국가기관 세 곳이 경찰의 손배소가 부당하다며 소 취하를 요구했다. 2018년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가 쌍용차 파업 진압 때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해 과잉 진압했다며, 이듬해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의 위법하고 부당한 강제진압의 책임을 물어 손배소의 정당성을 부정했다. 지난해 8월엔 국회에서 손배소 취하 촉구 결의안이 통과됐다.

쌍용차 파업과 관련해 손배소를 낸 이들은 또 있다. 회사다.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은 2016년 노사 합의로 취하됐지만, 회사가 상급단체인 전국금속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30억원 손해배상 소송은 아직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2심에서는 지연이자를 포함해 80억원가량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대법원은 지난달 27일엔 사내하청 소속으로 현대·기아차 공장에서 일한 비정규직 노동자 400여명이 불법 파견 상태에서 일했다며 현대·기아차 소속 노동자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이 중엔 직접 생산 공정뿐 아니라 간접 공정 사내하청 노동자도 여럿 포함됐다. 이들 회사에서 일한 사내하청 노동자는 대부분 불법 파견이란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그런데도 2010년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불법 파견이 확인된 현대·기아차는 여태껏 단 한 차례도 이들 노동자한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현대차는 대신 시정을 요구하며 투쟁한 이들 노동자들한테 2010년 대법원의 첫 불법 파견 판결 이후 10년간 17차례에 걸쳐 200억여원의 손배소 폭탄을 때렸다. 아직도 8건에 걸쳐 29억여원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정리해고제가 근로기준법에 도입되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며 파견노동이 합법화된 건 1998년이다. 구제금융을 빌미로 국내 노동법 체계에 밀고 들어왔다. 그리고 지난 10여년 손배소를 무기로 휘두르며 노동 현장을 감염시켰다. 그 백신은 과도한 손배소 폭탄을 제한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다. 올해가 가기 전 도입되길 바란다.

전종휘 사회정책팀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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