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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국회·정당

“노란봉투법은 ‘진짜 사장’ 찾아주기…극단적 대립 줄어들 것”

등록 2023-02-23 06:00수정 2023-02-23 09:54

민주당 환노위 간사 김영진 인터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제공

‘합법 파업’ 및 사용자 범위를 넓히고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자, 정부·여당과 재계에서는 거센 반발이 쏟아졌다. 간접고용 관계에서 사용자가 ‘원청’으로 확대돼 수십∼수백개의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돌아가며 파업을 벌일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올 정도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영진 의원은 22일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이런 주장이 “현실에 맞지 않는 과도한 우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진짜 사장을 찾아주는 법”이라고 규정한 뒤 “‘진짜 사장’과 교섭을 하게 되면 불법행위도 줄어든다. 합법적 파업의 범위 안에서 교섭과 단체행동을 하게 되면 산업현장에서 극단적인 점거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짚었다. 하청업체 직원들이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좌우할 수 있는 원청을 상대로 교섭하게 되면 오히려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넓어진다는 것이다.

논의 과정에서 당내 우려도 있었다. 특히 사용자 범위 확대를 놓고는, 원청과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닌 하청 노동자에게 교섭 권한을 주는 게 합당하냐는 반론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이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본 2010년 현대중공업 판례가 당내 이견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됐다. 노란봉투법에도 이 판례 규정을 그대로 담았다. 노동계와도 부지런히 소통했다. 노동자 개인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금지, 손배 금액 상한 요구가 있었지만 위헌 논란이 우려돼 수용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현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한발짝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노동계에) 말씀드렸다”며 “이 법이 시행되고 법원의 판례가 쌓이면 그때 추가 개정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정부·여당과 재계의 집단적 우려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의원은 “법원의 판례는 5천개의 협력업체가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교섭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동일 사업장 안에서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경우에 한해서 ‘사용자’로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분별한 파업을 조장할 것이라는 주장을 두고는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이다. 빈번하게 쟁의를 하면 월급이 안 나온다. 현실에 안 맞는 이야기”라며 “현재 한국의 노조 조직률은 11∼12%밖에 되지 않고, 특히 하청업체 대부분은 노조가 없다. 과도한 우려”라고 반박했다.

노란봉투법은 법사위 심사와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벌써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고 있다. 김 의원은 “대통령의 거부권도 헌법상 권리지만, 노동3권은 그보다 더 큰 헌법상 권리”라고 했다. 그는 “국민의 대표가 권한을 위임받아서 만든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하게 되면 권력의 칼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헌법의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자는 법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사용자 정의 당내 논란…대법원 판례로 정리”

-국회 환노위를 통과한 직후 이번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을 ‘진짜 사장교섭법’, ‘산업현장평화보장법’이라고 했다. 어떤 의미인가.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대표적인 예다. 작업·노동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대우조선해양이 당시에 직접 교섭에 임했으면, 장기간의 파업이나 회사 쪽 주장인 몇백억의 경영상의 손실, 47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가 없었을 것이다. 하청 노조와 하청업체 대표가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하청 사업주는 사실상 원청에서 준 그 금액 이외에는 어떤 조건도 협상하기 어렵다. ‘진짜 사장’과 교섭을 하게 되면 불법행위도 줄어든다. 합법적 파업의 범위 안에서 쟁위행위·교섭·단체행동을 하게 되면 산업현장에서 극단적인 점거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법이 도입될 경우 예상되는 노사관계의 변화를 꼽자면?

“이번에 개정된 노조법 제3조는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일정 부분 한정하는 것이다. 현재는 (대우조선해양이 청구한) 470억 손해배상을 하청 노동자인 유최안 부지회장이 물게 하고, 유 부지회장이 감당하지 못하면 (노조에 속한) 다른 사람이 다 책임을 지게 돼있는데,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쟁의에 참가한 사람 각각의 가담 정도를 분명히 해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세간의 오해처럼 이 법은 손해배상을 막는 것이 아니다. 불법이나 폭력은 여전히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노조법 제2조의 ‘사용자 정의’가 사실상 원청(근로조건에 구체적이고 실질적 지배력 행사)까지 확대됐다. 당내에서도 이 부분을 두고 이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상대(하청 노동자)에게 교섭의 권한을 주는 것이 맞냐’는 논쟁이 있었다. 대법원과 서울행정법원 등이 제시한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지위’가 실마리가 됐다. 한마디로 동일 사업장 내에서 근로조건을 구체적으로 결정하는 경우에 한해서 ‘사용자’로 인정하자는 것이다. 사용자를 ‘근로조건에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로 확대하는 법안도 있었는데, 이보다 훨씬 범위를 좁혀주는 것이다. ‘법원의 판례’를 기준으로 해서 의견을 수렴했고, 결과적으로 단일안을 만들었다.”

-재계 반발이 거세다. 특히 사용자 정의 확대와 관련해 조문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지적(죄형법정주의 위배)을 한다. 대기업들은 수백∼수천개에 이르는 협력업체와 모두 교섭에 응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법원의 판례는 5000개의 협력업체가 모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교섭을 하라는 뜻이 아니다. 작업·노동조건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배·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현장에서는 ‘하청기업 협의회’를 만들어서 원청과 협의를 한다. 이번 개정안은 근로조건과 임금에 대해서도 단체 교섭을 할 수 있게 했는데, 사실 이런 권리에 대한 사항들도 단체교섭을 할 때 부대조건으로 같이 협의해왔다. 그러니까 이번 개정안은 현장에서 암묵적인 불문율로 이뤄지던 것을 성문법으로 만들어준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해 &lt;한겨레&gt;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제공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노조법 제2·3조 개정안에 대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진 의원실 제공

“부족한 점 인정…한 발짝 전진 필요하다고 노동계 설득”

-정부도 부당노동행위나 임금체불 등 사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을 노동쟁의 대상으로 확대하면 노사 분쟁이 빈번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는데.

“파업을 하면 ‘무노동 무임금’이 적용된다. 쟁의를 하면 월급이 안 나온다. 그런데 그걸 빈번하게 할 수 있을까. 현실에 안 맞는 이야기다. 체불 임금도 마찬가지다. 정말 (사용자가) 지불할 능력이 하나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파업을 하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한국은 현재 노조 조직률이 11∼12%밖에 되지 않는다. 하청업체 대부분은 노동조합이 없다. 쟁의행위를 하고 싶어도 쟁위행위의 대표가 없는 것이다. 과도한 우려다.”

-노동계에서도 아쉬움을 표시하는 목소리가 있다.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을 개인에게 물지 못하게 해달라는 요구가 가장 컸는데, 이 부분은 헌법상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어서 쉽지 않았다. 손해배상 금액의 상한선을 정해달라는 요구도 현재 법 체계 안에서 수용하기 어려운 사안이었다. 부족한 점은 인정한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조금이라도 한 발짝 나아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이 법이 통과돼서 적용된 뒤 법원의 판례가 쌓이면 그때 추가 개정안을 낼 수 있다고 설득했다.”

-법사위 통과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본회의 직회부 가능성이 벌써 거론된다.

“문제점이 있다면 법사위에서 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법사위가 아무런 논의를 하지 않고 시간을 끈다면, 국회법 절차대로 60일 뒤 상임위인 환노위에서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본회의에 직회부해 통과시키더라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노조법 개정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대통령도 국민이 선출하지만, 국회도 국민이 선출한다. 국민의 대표가 권한을 위임받아서 만든 법안을 거부하게 되면, 권력의 칼을 남용하는 것이다. 한국의 노동 소득 분배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의 노동3권을 제대로 보장하자는 법을 대통령이 반대하는 것이 맞는가. 대통령의 거부권도 헌법상 권리지만, 노동3권은 그보다 더 큰 헌법상 권리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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