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한베평화재단 권현우 사무처장(왼쪽)과 최현진 활동가가 기록전 관람객을 위해 퍼즐로 제작한 하미마을 위령비 비문과 연꽃그림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베평화재단 제공
한국정부의 압력으로 연꽃 그림으로 가려졌던 베트남 하미 마을의 위령비 비문을 살려내자는 취지의 시민평화기록전이 한베평화재단(이사장 강우일)과 시민모임 소박한자유인(대표 홍세화) 주최로 19일 열린다. 하미 마을에서 벌어진 사건은 응우옌티탄(66)등 사건 피해자 5명이 현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해 조사 개시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기도 하다.
하미 마을은 한국인이 많이 찾는 베트남 중부 관광도시 다낭과 호이안에서 차로 30여분 걸리는 꽝남성 디엔반시에 위치한 곳이다. 한국군은 1968년 2월24일 마을에 진입해 135명을 학살했다.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의 대표적인 학살 사건 중 하나인 이 사건은, 2000년 월남참전전우복지회 지원으로 위령비를 건립했다가 한국정부가 사건의 참상을 전하는 비문 내용을 문제삼으며 그 위를 연꽃 그림으로 덮도록 해 논란이 되면서 더욱 알려졌다. 사실상의 비문 검열 행위로 2차 가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미 사건은 한국의 수많은 예술인과 학자들에 의해 시, 소설, 르포, 영화, 논문의 소재가 됐으며, 매년 한국의 개인 또는 단체여행객들이 이 곳을 찾아 부끄러움과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한베평화재단 옥수수에서 열리는 기록전에서는 한베평화재단이 소장한 하미 위령비 비문 사진, 사건 당시 다리를 잃었던 팜티호아(1928~2013)의 목발 진품 등 아카이브 기록물 30여점과 하미 마을을 방문했던 김창섭, 박상환, 이동석 작가의 사진 30여점을 관람할 수 있다. 한베평화재단쪽은 하미 마을의 비문과 이를 대체한 연꽃그림을 퍼즐로 제작해 관람객이 이를 맞추는 놀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19일 오프닝 행사로는 사진 작가 3명의 토크쇼 ‘기억 그 이후 당신은’과 베트남 작가이자 영화감독이었던 반레의 다큐 유작 <원혼의 유언>(2001년) 상영이, 24일 오후 7시 클로징 행사로는 소설 <하미 연꽃> 김이정 작가와의 대담에 이어 하미 사건 관련 베트남 다큐 <과거로 흐르는 눈물>(2017년)이 상영된다.
문의 02-2295-2016
곽진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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