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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베트남전 ‘하미 학살’ 피해…진실화해위, 정의를 되찾아주세요”

등록 2022-04-25 16:45수정 2022-04-26 02:22

‘하미학살’ 피해자와 유가족 5명 진실규명 신청
정부 상대 손해배상 소송은 진행중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 기자회견’을 열어 “하미학살은 1968년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135명의 주민이 희생된 사건”이라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 기자회견’을 열어 “하미학살은 1968년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벌어진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로 135명의 주민이 희생된 사건”이라며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베트남 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이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2005년 12월 진실화해위 출범 이후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 진실규명 신청이 접수된 것은 처음이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는 25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실화해위원회에 하미마을 학살 사건의 진실규명을 촉구했다. 하미학살은 1968년 2월24일 베트남 꽝남성의 하미마을에서 한국군에 의해 노인·아이·여성 등 135명의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한국군은 1964년 9월부터 1972년까지 31만2천여명을 베트남에 파병했다. 이 기간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은 80여건, 피해자는 9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응우옌티탄(65) 등 ‘하미 학살’ 피해자와 유가족 5명은 이날 시민사회네트워크를 통해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했다. 피해자들은 진실규명과 더불어 국가 공식 사과, 배·보상과 위령추모사업 지원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처, 베트남전쟁 관련 역사 기록에 하미 학살 관련 내용 추가, 평화인권교육 강화를 요구했다.

하미 학살 당시 11살이었던 응우옌티탄은 이 사건으로 왼쪽 귀의 청력을 상실하고 허리에 수류탄 파편이 박히는 상처를 입었다. 어머니와 8살 동생은 목숨을 잃었다. 응우옌티탄은 이날 화상 연결을 통해 기자회견에 참여해 “진실화해위가 정의를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들은 지난 몇년간 한국 정부에게 진실규명과 피해보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응우옌티탄을 비롯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103명은 청와대에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 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같은 해 9월 “한국군 전투 사료 등에서는 주월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응우옌티탄은 “국방부를 통해 답변을 들은 저와 피해자들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고 했다.

2020년 4월에는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가 처음으로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피해자 응우옌티탄(62)을 대리해 ‘민간인 학살에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 정부는 3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 하미학살 피해자와 동명이인인 그는 ‘퐁니·퐁넛 민간인 학살사건’의 피해자다. 1968년 2월12일 베트남 꽝남성 퐁니·퐁넛 마을에서 한국군이 저지른 학살로 74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티탄은 이 사건으로 가족 5명을 잃었고, 총에 왼쪽 옆구리를 맞아 중상을 입고 아직도 후유증을 겪고 있다.

재판은 현재까지 6차례 변론기일이 진행됐다. 국가정보원은 법원의 사실조회에도 베트남전쟁 시기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관련 기록 공개를 사실상 거부했다. 정부 쪽은 “피해자가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봤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응우옌티탄은 재판부에 “제가 그 학살의 주인공이다. 학살의 흔적을 몸에 새기고 있다”는 의견을 보냈다. 베트남전에 파병된 청룡부대 1대대 1중대에 소속된 군인이었던 류아무개씨는 법정에서 한국군이 당시 어린이와 노인 등 다수의 민간인으로 보이는 현지 마을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증언했다. <한겨레21>에서 베트남전 참전군인들을 인터뷰한 고경태 <한겨레> 기자의 증인 신문도 이뤄졌다. 오는 8월9일에는 응우옌티탄이 법정에서 직접 증언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진실화해위원회를 통해 베트남 피해자의 숙원이었던 공식조사와 진실규명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번 진실규명신청서는 2019년의 청원요구를 거절당한 103인의 베트남 피해자들, 그리고 베트남 중부의 수많은 피해자가 한국 사회에 대화와 평화를 요구하는 마지막 메시지가 될지도 모른다”며 “국가와 민족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 진실화해위원회의 정의로운 결단을 호소한다”고 했다.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 관계자들이 25일 오전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피해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제출하기 위해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로 들어가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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