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으로 선출됐으나 50일 만에 대통령실 인사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허상수(68) 재경제주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공동대표가 2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을 찾아 대통령에게 보내는 임명촉구 의견서를 제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iator@hani.co.kr
국회에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으로 선출되었으나 50일만에 대통령실 인사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된 허상수 재경4·3희생자및피해자유족회 공동대표가 20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임명 촉구 의견서를 제출했다.
허 대표는 이날 낸 의견서를 통해 “형사재심에서 선고유예가 판결되었다고 하더라도, 과거 집행유예 기간의 도과로 이미 형의 선고의 효력이 상실되었다는 효과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반인권적이고 위헌인 특별조치법 적용에 대해 형사재심을 청구하여 형사적으로 정의를 회복하였는데, 재심판결을 이유로 다시 불이익을 주는 것은 이중처벌금지 위반에 해당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본인의 진실위원 임명에 대한 공무원 결격사유는 전혀 존재하지 않으므로 대통령은 국회본회의 의결을 거쳐 선출된 공직자를 당연히 임명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허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몫 진실화해위원으로 추천돼 지난 2월24일 국회에서 269명의 의원 중 224명 찬성, 반대 30명, 기권15명으로 선출안이 가결된 바 있다.
허 대표가 의견서를 전달한 직후인 12시에는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한국전쟁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회장 윤호상) 회원들이 허 대표를 포함 국회 선출된 6명의 진실화해위원 임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통령실은 허 대표 임명 배제 방침을 굳히고 있으나 아직 국회에 공식적으로 통보하지는 않았다. 18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본인이 재심청구를 안 했으면 시효가 다 지나서 아무것도 아니지만 새로 그렇게 일이 생겼다”며 “법에 분명히 명시가 돼 있으니까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허 대표 임명 배제 방침이 이번주 국회에 통보될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은 19일 오전 허 대표 임명배제에 대한 의견을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진실화해위는 (위원으로) 동의 완료된 분 중 1명이 결격사유로 이번에 임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통보받았을 뿐이고 그외 관련 사안은 추천 기관과 검증기관에서 판단할 사안”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진실화해위 기본법은 9조에서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진실화해위원에 대한 결격사유로 삼고 있는데 허 대표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유예를 받은 경우에 그 선고유예기간 중에 있는 자’ 조항의 적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형법상 선고유예는 2년이 지나야 면소로 간주된다. 1년8개월 전 재심 판결을 받은 허 대표에 대해 형식적으로 ‘선고유예 기간 중’이라는 판단을 한 셈이다.
허 대표는 1980년 중앙국제법률특허사무소 사무실에서 노동조합 분회 결성을 주도하고 농성을 벌이다 국가보위에관한 특별조치법(국가보위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져 1982년 항소심에서 징역 8월, 집행유예 1년의 처분을 받고 이듬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후 국가보위법이 위헌 판결난 뒤 재심을 청구했고, 2021년 8월 재심법원인 서울고등법원 형사10부(재판장 이재희)는 국가보위법을 위헌 무효로 판단해 허 대표에 대한 원심판결을 파기했으나 선고유예 처분을 내렸다. 원심의 공소 사실 중 변조사문서행사, 건조물침입은 재심 사유에 포함되지 않아 이 부분에 대한 유·무죄 여부가 심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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