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서울에 이어 지난 4월8일 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도 음주운전 차량에 초등학생이 치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앞에서 형광색 커버가 씌워진 가방을 멘 학생이 하교하는 모습. 연합뉴스
2022년 12월 서울에 이어 지난 4월8일 대전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도 음주운전 차량에 초등학생이 치어 숨지는 일이 발생하자 법정형보다 낮은 법원의 음주운전 ‘양형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양형위)는 스쿨존 음주운전 어린이 사고의 경우 최대 형량을 15년으로 높일 계획이지만, 법이 정한 최고 형량인 무기징역에는 여전히 못미친다.
양형위는 오는 24일 지난 2월 마련한 스쿨존 내 상해·사망 등에 대한 양형기준을 확정한다. 스쿨존 교통사고 관련 첫 양형기준이다. 이 기준에 따라 스쿨존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으로 어린이를 다치게 할 경우 최대 10년6개월형, 어린이가 숨질 경우 최대 15년형이 권고된다. 교통사고 후 도주할 경우 형량도 최대 6년에서 7년으로 높였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만취 상태에서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낸 뒤 어린이를 숨지게 하고 도주할 경우, 가중처벌에 따라 최대 21년형(치사 후 유기도주 상한 18년+음주운전 상한 3년)까지 가능해진다.
양형위가 음주운전 등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높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양형위는 2012년 처음 교통범죄 양형기준을 마련한 이후 2016년과 2021년 양형기준을 거듭 높여왔다. 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위험운전치사죄) 등 법에서 정한 형량(법정형)이나 국민 법정서에 견줘보면 양형기준은 여전히 낮다. 양형기준은 개별 판사에게 구속력은 없지만 기준을 벗어나 판결할 경우 이유를 판결문에 명시해야 한다.
양형위 운영지원단이 제공한 2020년 1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선고된 스쿨존에서 어린이가 죽거나 다친 교통사고의 1심(단일 범죄) 전체 사건(165건)을 보면, 실형이 선고된 건 6건(3.7%)에 그쳤다. 어린이가 숨진 3건은 모두 가해자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는데, 법원은 피해자 쪽과의 합의 등을 이유로 이같이 판결했다. 2021년 인천 초등학교 앞 스쿨존에서 어린아이가 불법 우회전하는 25톤 트럭에 치여 숨진 사건과 관련해 인천지방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의 유족에게 형사합의금을 지급하였고, 유족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거듭된 ‘솜방망이 처벌’에 양형기준을 법정형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양형위는 부정적이다. 교통범죄 양형기준만 높이면 다른 범죄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양형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법정형이 동일한 다양한 범죄가 있는데 교통범죄 양형기준만 급격하게 높이면 전체적으로 균형성과 통일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지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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