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배승아(9)양의 발인식이 11일 오전 8시30분 대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승아의 주검을 차에 싣기 전 엄마와 오빠 등 가족들이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최예린 기자
“우리 승아, 어떻게 해. 우리 딸 멀미해요. 어떻게 해.”
11일 오전 9살 승아의 발인식이 엄수된 대전 을지대병원 장례식장. 오빠 손에 들린 영정사진 속 승아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 승아의 엄마는 딸이 잠들어 있는 관을 한 손으로 붙잡고 소리 내 울며 부들부들 떨었다. 엄마는 평소 멀미가 심했던 승아가 걱정돼 어쩔 줄 몰랐다. 승아를 보내야 하는 엄마는 승아의 애착 인형 ‘꿀꿀이’를 안고 있었다.
이날 영영 엄마 곁을 떠난 배승아(9)양은 지난 8일 오후 2시21분 학교 근처인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에서 차에 치였다. 친구들과 함께 생활용품점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사 들고 집 쪽으로 걸어가는 길이었다. 중앙차선을 넘어 승아와 친구들에게 돌진한 운전자 ㅂ(66)씨는 면허 취소 수치(혈중알코올농도 0.08%)가 넘는 만취 상태였다. 어린이보호구역이었지만 안전펜스는 없었다. 함께 있던 아이 4명 중 가장 크게 다친 승아는 다음 날 새벽 1시께 하늘로 떠났다.
승아보다 15살이 많은 오빠는 발인식 전날 〈한겨레〉와 만나 “사고 지점에 중앙분리대와 방호 펜스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이런 상황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너무 안타깝다”며 “무엇보다 음주운전으로 우리 승아를 그렇게 만든 가해 운전자에 대한 엄벌을 원한다”고 말했다.
승아와 친구들을 차로 친 ㅂ씨는 지난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혐의로 구속됐다. 전직 공무원인 ㅂ씨는 지난 8일 낮 대전 중구 태평동 노인복지관에서 지인 9명과 소주·맥주 13~14병을 나눠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ㅂ씨와 함께 술을 마신 이들 중 일부도 전직 공무원이었다. 체포 당시 ㅂ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8%였고, 1차 경찰 조사를 받을 때까지도 자신이 아이들을 차로 친 줄 몰랐다고 한다.
함께 사고를 당한 승아 친구 중 1명은 뇌수술을 받고 중환자실에서 치료 중이고, 나머지 2명은 병원에 입원해 정밀검사를 기다리고 있다.
영장심사를 받기 전 경찰서 앞에서 ㅂ씨는 “브레이크를 밟으려다 그렇게 됐다”고 주장하며 “유가족에게 거듭 죄송하다”고 말했다. 함께 술을 마신 ㅂ씨의 지인들도 음주운전 방조 혐의 여부에 관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대전경찰청은 이날 브리핑을 열어 ‘음주운전 단속 강화’와 ‘어린이보호 구역 안전시설 설치’에 관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화섭 대전경찰청 교통과장은 “권역별로 주 1~2회 주간 음주단속을 실시하고, 대전경찰청이 주관하는 야간 음주단속을 월 2회 이상으로 늘려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배양이 사고를 당한 어린이보호구역에 중앙분리대만 있었어도 일차적으로 사고를 막을 수 있었고, 인도 쪽에 방호 펜스나 울타리가 있었다면 치명적인 부상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사고 구역에 중앙분리대와 방호 펜스 등을 설치하고, 대전 지역의 다른 어린이보호구역도 이달 안에 전체 점검을 해 시설을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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