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편에게 8년 동안 폭행을 당한 박아무개(53)씨. 박씨는 인터뷰 내내 ‘접근금지’ 기간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반복해서 호소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보복 범죄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효율적 분리가 관건이다.
법무부는 지난 1월 ‘2023년 법무부 5대 핵심 추진과제’ 가운데 하나로 한국형 ‘제시카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재범 우려가 큰 고위험 성범죄자가 출소할 경우 초·중·고교, 어린이집·유치원 등 미성년자 교육시설에서 최대 500m 안에 살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위험 성범죄자는 성범죄를 반복적으로 저질렀거나 13살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자 등이 대상이 될 예정이다. 2005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성범죄자에게 살해당한 9살 제시카 런스퍼드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제시카법은 미국 40여개 주에서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제도는 대상이 성범죄자에 한정된다. 가정폭력이나 보복 성향이 강한 강력 범죄자를 막는 대안이 되긴 어려운 것이다. 전문가들은 보복 범죄가 우려되는 피해자들에게 신분을 바꿔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증인보호 프로그램’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울러 접근금지 기간을 늘리자는 제안도 나온다. 미국 미주리주는 2021년부터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심각한 위험”을 주는 가해자를 상대로 평생 접근금지를 신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문제는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이다. 한민경 경찰대 교수는 “우선은 지금보다 접근금지 기간을 2~3배 정도 늘려야 한다”며 “형사사법기관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빠지지 않는다. 보복 범죄 위험이 큰 가해자에게 스마트워치를 부착하게 해 가해자가 피해자의 반경 3㎞ 안에 들어오면 접근 제한 신호를 보내고 바로 경찰이 출동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며 접근금지 잠정조치에 가해자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포함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반경을 3㎞로 설정한 이유는 가해자가 극단적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경찰이 피해자에게 도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호 인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도 “지원 업무를 하면서 느낀 바로는 스마트워치에 잡히는 반경으로는 빠르게 피해자들을 찾기 어렵다”며 “영상 전송 기능을 더하는 등 효용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확대할 필요도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2월1일부터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폭력적인 관계에서의 탈출을 지원하기 위해 10일 동안 유급 휴가를 주는 법안을 시행하고 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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