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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동훈 ‘한국형 제시카법’ 보고…“미국과 다른 상황 고려해야”

등록 2023-01-26 14:17수정 2023-01-27 02:44

아동성범죄자 학교 근거리 거주제한 입법
인구·학교 밀집 서울·대도시 거주금지 될 수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회·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원석 검찰총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한동훈 법무부 장관(앞줄 오른쪽)이 2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법무회·공정거래위원회·법제처 등에 대한 업무보고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이원석 검찰총장.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법무부가 26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고위험 성범죄자의 학교 주변 거주를 제한하는 ‘제시카법’ 도입 계획 등을 담은 업무보고를 했다. 법조계에선 인구가 밀집된 한국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거주 제한에 나설 경우, 과도한 기본권 제한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올 상반기 한국형 제시카법 도입 계획 등의 내용이 담긴 ‘2023년 법무부 5대 핵심 추진과제’를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아동 성범죄자에 목숨을 잃은 피해자의 이름을 딴 제시카법은 현재 미국 40여개 주에서 시행 중이며, 12살 미만 아동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가중처벌하고 학교나 공원 주변으로부터 600m가량 이내에 거주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법무부는 한국의 인구 밀집도를 고려해 공원을 제외한 학교와 어린이집 등 보육시설을 기준으로 500m 범위에서 거주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다만, 법무부는 주거 제한 대상을 반복적인 범행을 저지른 성범죄자나 13살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등으로 한정하고 법원이 개별 특성을 고려해 제한 여부를 결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후 업무보고 뒤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해 고위험 성범죄자의 잇단 출소로 인근 주민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했다”며 “미국 제시카법 등 다른 나라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우리나라 환경과 현실에 맞는 한국형 제시카법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학교를 기준으로 주거를 제한할 경우, 거주 이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서울 권역 주거만을 제한해 지역적 편중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인구가 밀집된 한국에서 학교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주거제한을 할 경우, 성범죄자가 대도시나 중소도시에 사실상 거주하지 못하는 등 과도한 제한이 될 수 있다. 이미 진행 중인 전자발찌 제도와 신상정보 공개제도를 활용하고, 주거 제한은 피해자 주변 거주 제한 등의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성범죄 사건을 많이 하는 한 변호사는 “제시카법 입법 취지는 공감하나 지금 기준으로는 이들이 사실상 서울에 살지 못하게 되는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서울을 제외한 특정 지역에 범죄자가 모일 가능성과 그에 대한 대책, 근본적으로 이들의 재사회화 방안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한 장관은 “500m 제한을 상한으로 두되 그 안에서 법원이 사안에 따라 결정할 수 있다. 또한 (법원이) 수용시설이나 보호시설로 (성범죄자의 주거를) 지정하는 경우 이 제한을 받지 않는 예외조항도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또 마약 제조와 유통 관련 수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계획을 보고했다. 올해 1분기 내 서울‧인천‧부산‧광주 등 4대 권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출범시켜 엄정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마약이 주로 유통되는 다크웹을 감시하는 전담수사팀을 만들어 마약유통범죄 적발에도 집중할 계획이다. 출입국‧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출입국‧이민관리청(가칭)도 올 상반기에 신설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외국인 정책 관련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범정부 차원의 통일된 정책을 수립하고 부처 간 업무 중복 등 비효율 문제를 해소할 계획이다.

법무부는 이 밖에도 △시대 변화에 맞는 민법·상법 개정 추진 △국제법무 업무를 총괄하는 법무부 국제법무국(가칭) 신설 △범죄 피해자 맞춤형 원스톱 지원 체계 마련 등도 보고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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