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이른바 ‘50억원 클럽’ 의혹의 당사자 중 한 명인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국회가 ‘50억원 클럽’ 의혹 수사를 위한 특검 도입 법안을 상정하자, 검찰도 부랴부랴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30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수재 혐의로 박 전 특검의 주거지와 양재식 변호사 주거지 및 사무실, 우리은행 본점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했다. 검찰은 이들의 은행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 변호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당시 특검보로서 박 전 특검을 보좌했다.
‘50억원 클럽’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으로부터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들을 말한다. 박 전 특검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의혹에 연루돼 있다. 50억원 클럽 의혹은 이 사건 핵심 물증으로 꼽히는 ‘정영학 녹취록’에 담겨 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던 2014년, 김만배씨 등 민간사업자들의 대장동 개발사업 공모 준비를 도와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대장동 관계자로부터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담당 금융기관으로 우리은행을 내세워주는 조건으로 양 변호사를 통해 200억원의 대가를 약속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또 컨소시엄 구성 과정에서 부국증권을 배제하도록 도와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이같은 의혹은 지난 22일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소장에도 등장한다. 검찰은 이 대표 공소장에 “정영학 회계사는 대장동 공모에 참여할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담당 금융기관을 물색·섭외하면서, 당시 남욱의 변호인이자 우리은행 그룹 사외이사로서 이사회 의장이던 박 전 특검을 통해 우리은행 부행장 등을 접촉했다”고 적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5일 부국증권 부사장 ㄱ씨를 불러 조사하기도 했다. 박 전 특검은 또 김씨가 운용하던 화천대유에서 2015년 7월∼2016년 11월 고문으로 일했고, 그의 딸은 2015년 6월 화천대유에 입사했다. 딸은 화천대유가 분양한 아파트를 시세보다 싸게 취득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제기된 의혹에 대한 조사와 객관적 자료 확보 등 수사를 통해 혐의를 구체화한 뒤 오늘 압수수색에 나섰다. (수사팀이 바뀐 뒤) 50억원 클럽 관련 피의자에 대한 첫 압수수색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국회에서 ‘50억원 클럽 특검법’ 논의가 본격화 된 날 압수수색에 나선 점에 대해서는 “수사팀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수사상황에 맞춰 수사를 진행한 것이다. 법원 (영장)청구 및 발부 시간을 고려할 때 (국회 논의) 시기에 맞춰서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 드린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대장동 사건 수사 초기였던 지난 2021년 11월과 2022년 1월 박 전 특검을 두 차례 불러 조사한 뒤, 사실상 수사를 이어가지 못했다. 이후 ‘50억원 클럽’과 관련해 검찰은 2022년 2월 곽상도 전 의원을 재판에 넘겼으나, 법원은 지난 2월 50억원 뇌물 혐의에 대해서 곽 전 의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국민적 공분이 일자 검찰은 수사팀을 보강하고, 50억원 클럽 의혹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하는 등 재차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압수수색이 알려지자 박영수 전 특검은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문을 냈다. 박 전 특검은 “대장동 개발과 관련해 그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없다”며 “관련자들의 회피적이고 근거없는 진술에 기반한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한 것이 참담할 뿐이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이날 여야 합의로 ‘50억원 클럽 특검법’을 상정하고 본격 논의에 나섰다. 이에 대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특검이라는 것은 검찰의 수사 능력, 의지, 인력이 부족한 경우에 보충적으로 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사건을 독하고 집요하게 끝까지 수사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팀”이라며 “특검이 진행되는 경우 비리의 본질을 밝히는 부분의 수사도 사실상 중단될 우려가 크기 때문에, 선의가 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오히려 진실 규명에 방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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