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해 22일 불구속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가장 주된 혐의는 배임이다. 검찰은 이 대표가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공모해 성남시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입혀 배임을 저질렀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민을 위한 것이라며 맞선다. 앞으로 재판에서는
대장동 사업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이 대표 쪽에 약속했다는 이른바 ‘428억원 배당이익 약정 의혹’ 등 이 대표의 배임 동기와 범행 고의 입증이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검찰 “이재명, 성남시에 4895억원 손해 끼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옛 부패방지법,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성남시장 당선 뒤 정치적 자산을 만들기 위해 지역 민간사업자와 유착했고, 대장동 사업 최종 결재권자로서 민간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산정한 이 대표의 구체적인 배임 액수는 4895억원. 대장동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성남도시개발공사가 전체 수익 약 9600억원의 70%인 6725억원을 확보했을 텐데 이 대표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 등을 빼면서 4895억원의 손해를 입었다는 주장이다.
반면 이 대표는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민을 위한 모범적 공익사업이라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검찰 조사 때 제출한 서면진술서에서 “대장동 사업은 성남시민을 위한 것이었고, 오히려 민간사업자에게 사업비용 1120억원을 추가로 부담시켜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이익을 확보했다”며 “이익 배분을 비율이 아닌 확정액으로 정한 것은 안정성을 추구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로서 당연한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최고위원 회의에서 “검찰의 시간이 끝나고 법원의 시간이 시작될 것”이라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 것이고, 결국 명명백백하게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배임 혐의를 놓고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검찰은 이 대표의 배임 동기와 범행 고의를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배임죄는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가 재산을 취득하게 해 손해를 가한 때’ 성립한다. 성남시의 이익을 창출할 의무가 있는 이 대표가 그 의무를 위반해 성남시에 손해를 끼칠 고의를 갖고,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 수익을 몰아준 것이 입증되면 배임이 성립하는 것이다. 법원이 최근 기업의 배임 사건에서 ‘경영상 판단’을 넓게 보장해 그 혐의를 잘 인정하지 않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이 대표의 결정을 배임이 아닌 ‘정책적 판단’으로 볼 가능성이 열려 있다.
특히 법원은 범죄 성립의 요건인 ‘고의’를 따지기 위해, ‘동기’를 들여다본다. 어떤 이유로 배임을 하게 됐는지 따지는 것인데, 검찰은 이를 ‘정치적 이익’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대표가 임기 안에 ‘성남1공단 공원화’ 등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무리하게 대장동 민간사업자와 유착 관계를 형성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2010년 성남시장 선거 과정에서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1공단 공원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러나 당선 뒤 재정 악화 등으로 공약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에 검찰은 이 대표가 공원 조성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대장동 일당과 손을 잡았다고 의심한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이익’만으로는 이 대표의 배임 동기를 입증하긴 어렵고, 검찰이 이 대표의 배임 동기로 ‘경제적 이익’까지 규명할 수 있느냐가 재판의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한다. 특히 검찰이 이날 기소 직전까지 보강 수사를 펼쳤으나 끝내 혐의에 넣지 못한 ‘428억원 약정 의혹’을 규명하는 것이 관건이다. 앞서 수사팀은 이 대표가 대장동 일당으로부터 확실한 금전적 이익을 약속받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김만배씨가 화천대유 자회사 천화동인 1호 지분 절반을 이 대표 쪽에 약속했다는 이른바 ‘428억원 약정설’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김만배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은 모두 내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이날 공소장에는 담지 못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이 대표가
성남시에 손해가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로) 대장동 민간사업자들의 요구를 들어줬는지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선 검찰이 범행의 동기와 고의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적 이익을 넘어선 경제적 이익, ‘428억원 약정설’을 증명할만한 확실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