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에 대한 폭로성 발언을 해온 손자 전우원 씨가 2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에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뒤 출국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고 전두환씨 손자 전우원(27)씨를 마약 투약 혐의로 인천국제공항에서 체포했다.
28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이날 새벽 5시58분 입국한 전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스스로 마약을 투약한 적이 있다고 밝힌 데다,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서 각종 약물로 보이는 물질을 복용한 점 등을 토대로 전씨가 마약을 투약한 것으로 보고 입건했다.
전날 오후 서울중앙지법은 전씨에 대한 압수수색 및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전씨 신병 확보를 한 경찰은 그를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로 데려가 마약 투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간이시약검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씨는 체포 뒤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저 같은 죄인이 한국에 와서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심에 국민 여러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며 “민폐를 끼쳐드려서 죄송하고 이번에 수사받게 되는 것을 열심히 협조해서 수사받고 나와서 빨리 5·18 단체 피해자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방송에서 제 죄를 피할 수 없도록 전부 다 보여드렸다. 미국에서 병원 기록도 다 제가 마약을 사용한 기록이 있으니까 그거 확인해보시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 유가족에게 사과를 결심한 이유에 대해 “(저는) 죄인이니까요. 그리고 저의 삶이 소중한 만큼, 이 모든 사람들의 삶이 소중하다. 저는 지금 살아있지만 그분들은 여기 안 계신다. 저에겐 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씨가 체포되면서 애초 입국 직후 광주에 가서 5·18 유족들에게 사죄하겠다고 한 약속은 미뤄졌다. 전씨는 지난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정부 기관에 의해 바로 안 잡혀 들어간다면 짐만 풀고 5·18기념문화센터에 들러 유가족분과 이 사건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전씨는 이후 서울경찰청 마포청사로 압송되면서 기자들에게 “제가 공개적으로 마약을 하고도 증거가 불충분하다”며 “저희 집안, 지인, 사회적으로 돈이 많으신 분들께서 자본력을 사용해서 (자신과 자신이 폭로한 지인들이) 직접적으로 처벌을 받긴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전씨는 지난 14일부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통해 전두환씨 일가가 은닉한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하고 범죄 등을 저지르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의 지인들을 지목하며 마약 투약과 성매매를 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전씨 주장과 관련 경찰은 국내에 있는 2명도 마약 투약 혐의를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관계자는 “전씨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휴식 후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씨는 경찰 조사를 마친 뒤 29일께 풀려날 전망이다.
채윤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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