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한 시민(뒷모습 보이는 이)이 센터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정부 지원 등으로 일시적 소득이 생기면 그 소득의 성격과 상관없이 기존의 복지서비스를 중단하는 한국 복지 시스템의 고질적인 문제가 범죄 피해자들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범죄로 사망하거나 중상해를 입은 피해자에게 일시금으로 주는 범죄피해구조금(구조금)이 재산으로 잡히는 바람에, 기초생활수급자에서 제외되는 사례 등이 발생해 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자신과 가족이 모두 범죄 피해를 당한 ㄱ씨는 최근 범죄피해자지원센터로부터 구조금을 받으면서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구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급여를 못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은 것이다. ㄱ씨는 “구조금은 당장 피해를 수습해야 해서 일시적으로 급하게 받은 돈”이라며 “오히려 더 간절한 것은 이후 생계유지에 꾸준히 필요한 기초생활급여인데, 이 돈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는 반복적으로 일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나 범죄피해자보호법 등과 이 법의 시행령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구조금의 경우 범죄 피해자의 재산에 합산하지 않는다는 특례 조항을 넣어서 이중 수혜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병호 인천 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국회에서 법을 개정해줘야 하는 사안인데, 아직 변화 없이 그대로”라고 말했다.
정부는 여전히 신중한 자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무부에서 관련 법이나 시행령 개정을 요청해 온 적은 없다”며 “별도의 특례 조항을 만들어야 하는데, 다른 일시금과 형평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초생활급여뿐만 아니다. 범죄로 직장을 잃은 ㄴ씨는 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생계비(최장 3개월, 최대 50만원) 지원을 받고 있다는 이유로 고용센터에서 직업훈련비 지급을 거절했다고 한다. 임예윤 서울서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무처장은 “당장 본인 생계가 어려워 센터가 도와주는 것과 새롭게 일자리를 구하는 과정에서 해주는 지원은 따로 처리돼야 하는데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며 “결국 센터가 생계비를 중단했다가 직업훈련비를 받은 뒤에 ㄴ씨를 다시 지원을 하는 방식으로 조정해야 했다”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