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서울 남대문경찰서 한상훈 수사과장으로부터 체포영장 사본을 전달받은 뒤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장애인 권리 예산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상임공동대표를 17일 체포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50분께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민원봉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박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전날 밤 업무방해·기차교통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박 대표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동안 박 대표는 경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해왔다.
박 대표는 지난 2021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경복궁역·삼각지역 등에서 집회와 지하철 탑승시위를 하고 열차 운행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전장연은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과 시위에서 장애인 권리 예산 증액을 요구해왔다. 이날 철창에 갇힌 채 기자회견을 연 박 대표는 “경찰이 범죄 사실이라고 명시한 건은 총 38건이다. 이 38건을 샅샅이 조사하듯이 대한민국이 장애인에게 얼마나 지독한 차별을 가했는가를 돌아봐달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남대문경찰서 수사과장은 박 대표에게 체포영장을 보여준 뒤 미란다 원칙을 고지했다. 활동가들은 호송차에 타는 박 대표에게 “조사 잘 받고 와라”, “박경석은 무죄다” 등을 외쳤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15여명의 장애인 활동가들은 박 대표와 함께 목에 쇠사슬을 걸고 있었다 .
앞서 경찰은 박 대표에게 18차례 출석을 요구했지만,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에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 편의시설이 먼저 설치돼야 한다며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 15일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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