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피해자 생존원고 법률 대리인단이 13일 오전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안’인 제3자 변제방식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담은 문서를 전달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으로 제시한 ‘제3자 변제안’에 대해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생존 원고 3명이 공식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인 양금덕(94)·김성주(95)·이춘식(99)씨 대리인단은 13일 오전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정부안 거부 의사를 담은 내용증명을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에 전달했다.
앞서 지난 6일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최종안으로 일본 기업의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재단이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피해자인 양금덕·김성주씨 대리인은 내용증명에 “2018년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강제동원 위자료 채권과 관련해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며 “수신인(재단)은 의뢰인의 의사에 반하여 변제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피해자들은 내용증명에 민법상 정부가 피해 당사자 의사 없이 채권을 제3자 변제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피해자 의사표시를 분명히 해, 추후 법률 분쟁에 앞서 증거를 확보하는 차원이기도 하다. 민법 제469조 1항은 채무 변제를 제3자도 할 수 있지만, 채무의 성질이나 당사자의 의사표시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때는 할 수 없도록 했다.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씨 대리인 임재성 변호사는 “반대 뜻을 가진 분들의 채권을 지키려면 신속하게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 의사표시를 할 필요가 있었다”며 “추후 반대 의사가 확실한 분들이 계시면 추가로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법원에 공탁금을 내는 방식으로도 변제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재단이 피해자들의 거부 의사를 무시하고 공탁금으로 배상을 이행하면, 대리인단은 공탁금 무효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대법원에서 (채무 기업에 대한) 현금화 판결도 빨리 내도록 요구하는 등 피해자들의 배상금을 받아낼 수 있도록 법적 절차를 계속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들은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대리인단은 우선 일본제철에도 국제우편으로 제3자 변제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한 상태다. 임 변호사는 “채무자인 일본 기업들과 재단 양쪽에 모두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안전한 상황”이라며 “미쓰비시중공업에도 곧 문서를 발송할 예정”이라고 했다.
장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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