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이 9일 오전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학교폭력으로 전학 징계를 받은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실제 전학이 지연된 데는 해당 고등학교와 도청 등 책임 기관의 부주의와 원활하지 않은 협조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오전 국회 열린 교육위원회의 현안 질의에 참고인으로 나선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민사고) 교장은 학교폭력 가해자인 정군의 강제전학 처리가 지연된 이유에 대해 “(2018년 6월 이후) 병과(둘 이상의 처분을 동시에 부과하는 것) 조처 시행을 먼저 하고, 전학을 보내려 했다”거나 “(2018년 12월) 행정심판 결과를 강원도청으로부터 통보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학교폭력 가해자로 신고당한 정 변호사의 자녀는 약 11개월 뒤인 2019년 2월에서야 서울 반포고로 전학했다. 민사고는 그간 ‘최선을 다했지만 소송·재심청구·행정심판 등으로 전학이 지연됐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민사고는 그사이 두 차례 정군에 대한 전학 요청을 할 시간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①2018년 6월말 전학 처분 담긴 재심 결정 후∼그해 7월 말 행정심판 집행정지 인용 전 ②2018년 12월 행정심판 본안 소송 기각 이후∼2019년 2월 사이에 학교는 법적으로 가해자의 전학 조처를 밟아야했다. ‘학교폭력 사안 처분 가이드라인’을 보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가 가해자에 대한 조처를 내리면 교장은 14일 이내에 해당 조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만위 교장은 ①기간에 전학 조처를 밟지 않은 이유에 대해 “(정군에 대한) 6개 조항에 대한 시행을 한 뒤 전학 조처하려고 했다. 그런데 병과 조처 진행 중에 집행정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장의 설명은 2018년 6월29일 민사고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정군에게 내린 △서면사과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학교 봉사 40시간 △출석정지 7일 △특별교육이수 10시간 △보호자 교육이수 10시간 등을 먼저 이행하게 한 뒤, 전학을 보내려 했다는 것이다. 다만 한 교장의 발언이 사후적 해명에 불과하더라도, 실제 이 기간에 학교가 전학 처분을 이행했다면 한달새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되면서 전학 절차는 중단해야 하거나 되돌이켜야 해 혼란은 불가피했을 것으로 보인다.
②기간에 대해선 강원도와 민사고의 주장이 엇갈렸다. 민사고는 “행정심판에서 기각된 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반면, 강원도청은 “전달했다”고 맞섰다. 엇갈린 주장에 교육부는 양쪽이 보낸 공문을 확인 중이다.
이날 국회에서 한만위 교장은 학생들의 언어폭력에 대해 “일상적”이라고 발언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는 ‘빨갱이’, ‘적폐’ 등 학생 간 오간 언어가 폭력적인지 아닌지를 묻는 말에 한 교장은 “어른들은 이게 폭력인가? 저는 너무나 일상적으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법적으로 넘어서는 부분 이외에는 가능한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고 답했다. 이에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법적 문제로 갈 거면 학교가 아니라 학원이나 일반인과 다름없다”며 “학교는 교육기관인데 교육적으로 해결했어야지, 학교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학교폭력으로 비화할 때까지 교육적으로 해소 못 하고 방치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 아들이 입학한 서울대는 자료 미제출 등으로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재학 여부를 묻는 질의에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은 “해당 학생이 합격자 명단에 있는 건 확인했지만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는 모른다”며 “전학 조처된 학생이 있었고, 최대 감점이 있었다는 건 확인했다”고 말했다.
서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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