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봉투 부스럭’ 등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청 당시 피의사실공표 논란에 휩싸였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를 요청할 때 세부 증거를 언급하지 않는 등 수위를 낮췄다. 대신 한 장관은 15분에 걸쳐 이 대표 혐의와 그에 따른 이 대표 쪽 해명을 반론하는 전략을 취했다. 다만 ‘단군 이래 최대 손해’ 등 주관적 표현은 이번에도 이어졌다.
한 장관은 27일 국회 본회의에 출석해 오후 2시39께분부터 약 15분 동안 이 대표 혐의를 설명했다. 한 장관은 ‘위례·대장동 사업’을 두고는 “개발이권의 주인인 성남시민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준 범죄”라며 “‘단군 이래 최대 손해’라는 말이 어울린다 하겠다”고 말했다. ‘성남 에프시(FC) 후원금 의혹’에 관해서는 “성남시민의 자산인 인허가권을 사유화하여 현안이 있는 기업들을 타겟으로 노골적인 인허가 장사를 한 것”이라며 “인허가는 사고팔 수 있는 물건이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면 돈 있고 빽 있는 사람만 인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쪽 주장에는 적극적으로 반론했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 검찰이 일부 관계자의 뒤바뀐 진술에 의존한다는 이 대표 쪽 주장에 한 장관은 “이재명 의원과 정진상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관계자들이 혐의 내용과 물적 증거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있다며 “한두 명의 입에 의존한 수사가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성남에프시 의혹’ 관련 이 대표가 돈을 직접 받지 않아 문제가 안 된다는 일각의 주장에는 “제3자 뇌물죄는 본인이 한푼도 받지 않아야 하는 것이고 한푼이라도 직접 받으면 단순 뇌물죄”라고 반박했다. ‘도주 우려가 없다’는 주장에는 “(도주 우려는) 화이트칼라 범죄에서는 곧 중형 선고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다’라는 점도 강조했다. 한 장관은 설명을 마칠 무렵 “어디에도 ‘민주당 대표 이재명’의 범죄혐의는 없다. 오직 ‘성남시장 이재명’의 지역토착비리 범죄혐의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체포동의안은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판사 앞에 나오게만 해달라’는 요청”이라며 ‘방탄국회’ 논란을 지적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영업사원이 100만원짜리 휴대폰을 주인 몰래 아는 사람에게 미리 짜고 10만원에 판 것” “수험생이 시험 문제를 직접 출제하게 한 것” 등 주관적·비유적 표현도 자주 사용했다.
‘돈봉투 부스럭’ 등 구체적 정황 증거를 들었던 노웅래 의원 때보다 ‘발언 수위’는 낮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단순한 뇌물수수 혐의에 비해 사안이 복잡해 이를 쉽게 설명하는 동시에 이 대표 쪽 반론에 대한 재반론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수도권 검찰청의 부장검사는 “(노웅래 의원 때처럼) 자세히 증거를 설명하면 지나치게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있어 15분에 맞췄을 것”이라며 “핵심적인 내용을 넣어 검찰 수사가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이 대표 쪽 주장을 반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웅래 의원 체포동의안 요청 이유를 설명한 뒤 이어진 피의사실공표 비판을 최소화하는 차원에서 전략을 바꿨다는 평가도 있다.
한편, 한 장관의 ‘체포동의 요청’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3부(부장 강백신)는 지난 16일 이 대표에게 배임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428억원 약정설’ 관련 부정처사 후 수뢰 혐의를 적시하지 않았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거쳐 추가로 이 대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대표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이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수원지검이 ‘쌍방울 대북 송금’ 의혹 등을 수사 중이라 추후 여러 사건을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 검찰은 남욱 변호사 자금이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쪽에 흘러갔다는 ‘대선자금 의혹’에 이 대표가 연루됐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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