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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주변 밝히던 별을 닮은 스무살, 그렇게 계속 빛날 줄 알았는데

등록 2023-02-22 07:00수정 2023-02-22 09:17

[미안해, 기억할게] 이태원 희생자 이야기 ㉓ 송채림
별처럼 사람을 모으던 ‘걸 크러시’ 딸
아직도 2층에 있는 듯한데, 벚꽃 피면 누구랑 꽃을 보나
일러스트레이션 권민지
일러스트레이션 권민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차례로 싣습니다. <한겨레>와 <한겨레21>은 우리가 지켰어야 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것이 사라진 이후 가족의 삶은 어떠한지, 유가족이 알고 싶은 진실이 무엇인지 기록할 예정입니다. 못다 한 이야기를 들려줄 유가족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한겨레21> 독자 소통 휴대전화(010-7510-2154).

스무 살 채림은 별을 닮은 아이였다. 채림의 집은 친구들로 늘 북적였다. 고등학교 때는 패션디자인 공부를 하겠다며, 가족과 함께 살던 대전에서 홀로 서울로 떠나 패션스쿨에서 공부했다. 웨딩숍 등에서 아르바이트한 돈을 종잣돈 삼아 인터넷 쇼핑몰도 창업했다. 스스로 빛나며 행성을 끌어당기는 별처럼, 채림의 주변에는 사람이 모였고 그의 삶은 반짝였다.

위탁교육으로 간 패션스쿨을 시작으로 쇼핑몰 창업

‘걸 크러시’이던 채림도 아빠 송진영(54)씨에게는 귀엽기만 한 삼 남매 중 막내다. 계절마다 여수와 통영, 군산부터 일본, 타이까지 함께 놀러다닌 딸이었다. 요리 솜씨를 발휘하면 “아빠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김치부침개를 제일 좋아하고, 케밥도 잘 먹고, 쪽갈비를 해놓으면 친구들을 데려와 먹으면서 ‘꺅꺅꺅’ 호탕하게 웃고 떠들었다.

채림은 어릴 때부터 인기가 많았다. 고민이 있는 친구는 채림의 집에서 수다를 떨며 위로받고 자고 갔다. 고등학교 때는 아빠가 집에 갔더니 현관에 신발이 한 무더기 쌓여 있었다. 친구들이랑 학교 밖에서 점심을 먹으러 슬리퍼를 신고 나왔는데, 다시 학교로 들어가려고 하니 선생님이 신발 단속을 했다. 채림은 친구들을 우르르 이끌고 학교와 가까운 자신의 집으로 가서 신발을 내줬다. 채림 덕에 무사히 교문을 통과한 친구들이 학교를 마치고 다시 채림의 집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어놓고 간 것이다.

꿈을 이루려는 의지도 남달랐다. 대전에서 일반계 고등학교에 다니던 채림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서울에 있는 패션스쿨로 위탁교육을 가겠다고 했다. 채림의 학교에서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채림은 교장선생님에게 편지도 써서 허락을 받았다. 그렇게 혼자 서울에 가서 패션 공부를 시작했다. 아빠는 어린 딸의 외지 생활이 걱정됐지만, 섣부른 일을 할 아이가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딸의 결정을 응원했다.

한복을 만들고 있는 송채림씨. 유가족 제공
한복을 만들고 있는 송채림씨. 유가족 제공

채림은 패션 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2021년, 고교 패션 콘테스트에 나가 상도 탔다. 졸업한 뒤 웨딩숍에 취업해 디자인도 하고 가봉(임시로 옷을 꿰매는 것)도 하면서 실전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대전으로 돌아와 2022년 2월 인터넷 쇼핑몰 ‘리코’의 문을 열었다.

대전 집 2층은 채림의 차지였다. 큰 작업대에 재봉틀과 리코에 올릴 옷 사진을 찍기 위한 조명까지 완비했다. 자기 이름을 건 디자인숍을 만들겠다는 꿈을 향해 채림은 멈추지 않고 열정을 불태웠다.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사입 삼촌’(의류 도매상과 소매상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업자)을 만나 옷을 사고 직접 모델로 나서 쇼핑몰 제품 소개에 들어갈 사진을 찍고 틈이 나면 직접 옷을 만들었다. 쇼핑몰 로고 디자인도 직접 했다.

사과 한마디면 일상으로 돌아가겠는데…

최근에는 운전면허도 땄다. 서울에서 옷을 사오려면 차를 직접 운전하는 것이 편했기 때문이다. 참사가 있던 그날, 아빠는 면허를 딴 채림에게 처음으로 운전연수를 시켜줄 생각이었다. 대전 근처에 핑크몰리가 예쁘게 핀 곳이 있었다. 금강까지 이어지는 경치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아빠는 미리 점찍어놨다. 하지만 채림은 서울에서 약속이 있다고 했다. 아쉬웠지만 다음에도 운전을 가르쳐줄 기회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항상 옆에서 밝게 빛날 줄 알았던 딸이 이젠 없다.

아빠가 잠에서 깬 것은 2022년 10월30일 새벽 1시께였다. 엄마가 우는 소리 때문이었다. 이태원에 함께 갔던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고 했다. 채림이 다쳐서 누워 있었는데, 경찰이 모두 귀가 조처를 해서 지금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친구는 말했다. 채림이 의식이 없는데도, 유일한 연고자인 친구를 경찰이 쫓아냈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단지 다쳤을 뿐이라고 아빠는 믿었다.

도예 수업을 듣는 송채림씨. 유가족 제공
도예 수업을 듣는 송채림씨. 유가족 제공

도저히 차를 운전할 수 없을 듯해, 아빠와 엄마는 첫 기차를 타고 대전에서 서울로 향했다. 우선 실종 접수를 하는 서울 한남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채림의 위치를 확인한 것은 정오께였다. 경기도 평택경찰서에서 연락이 와서 송탄동에 있는 장례식장에 채림이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줬다. 상상도 하지 못한 일이었다.

채림의 장례식장에는 시장도 오고 국회의원도 찾았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사건을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발인이 끝나자 모두가 사라졌다. 참사 100일이 넘게 지났지만,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걸 싸움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싸움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어요. 유가족들은 지금 모두 피폐해지고 있어요. 하루에 전화가 10통이 오면 다 참사와 관련한 일이에요. 편하게 소주 한잔 먹었던 친구들은 전화를 못해요. 사회와 단절된 거죠. 일상생활이 안되는 거예요. 아이 엄마랑 채림이한테 약속한 것이 있어요. 사과 한마디는 꼭 받아주겠다고. 대통령이 진심으로 사과 한마디만 해주면 저는 다 그만두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한마디가 없네요.”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를 맡은 아빠 송진영씨는 전국을 돌며 지역 유가족 모임 만드는 일을 돕고 있다. 하루빨리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딸과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에 이 일을 멈출 수 없다.

2021년 여름, 가족여행에서 찍은 송채림씨 모습. 유가족 제공
2021년 여름, 가족여행에서 찍은 송채림씨 모습. 유가족 제공

“심심하면 꿈에 또 놀러와줘”

위로가 되는 것은 채림의 친구들이다. 장례식 사흘을 꼬박 지킨 친구들은 이번 명절 때 아빠와 엄마에게 편지를 써줬다. 서로 몰랐던 아이들이 장례식장에서 만나 친구가 되기도 했다. 채림이 맺어준 인연이다. 아직도 딸의 에스엔에스(SNS)에는 빛나던 아이, 채림을 기억하는 친구들의 메시지가 오고 있다. “벌써 그립다, 네가 활짝 웃는 모습” “항상 눈부시게 예쁜 송채림이 있다는 거 기억해” “채림아 해피 뉴이어. 채림이 있는 곳은 따뜻하지? 항상 기억하고 있어. 심심하면 꿈에 또 놀러와줘”…. 그렇게 채림은 친구들 곁에서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런 아이였기에 아빠와 엄마는 채림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다. 채림의 열정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집의 2층 역시 차마 치울 수 없다. “저희는 1층을 쓰고 채림이는 주로 2층에 있었거든요. 지금도 우리 애가 2층에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믿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 날이 춥다는 건 곧 벚꽃이 필 거라는 이야긴데…. 함께 벚꽃을 보러 갈 수 없네요.” 아빠는 채림과 함께 여행을 갔던 정동진과 광양과 군산과 여수에서 축제가 열릴 때마다, 딸이 몹시도 그리울 거라는 사실을 예감하고 있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송채림씨 친구들이 채림씨에게 보낸 편지와 메시지

―채림아 잘 가고 있어? 우리 채림이 갑자기 너무 먼 여행 가느라 힘들지 않을까 싶어. 너무 소중했던 친구고 나에겐 네가 너무 큰 사람이어서 너무 많이 보고 싶네. 나는 내가 온전해지려면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 내가 많이 표현은 못했지만 정말 나에게 너는 가족처럼 소중했어. 힘들 때 심심할 때 모든 순간에 네가 제일 먼저 생각났어. 우리 채림이 앞으로도 물론 나한테 그런 사람일 거야. 너처럼 정말 존경스러운 친구는 못 만날 거 같아. 이제는 정말 네가 따뜻한 세상에 있기를 기도하는 것밖에는 할 수가 없네.

사랑한다고 한 번만 안아주고 말해주고 싶은데 꿈에 한 번만 나와줄 수 있어? 그리고 채림아 옆에 있어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내가 지켜주지 못했어. 미안해하는 걸 원치 않아 할 거라고 사람들은 그러더라고. 근데 미안하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어. 내가 옆에 있어야 했는데 채림아. 우리 다음에는 이런 이상한 세상이 아니라 정말 좋은 세상에서 만나 행복하게 웃자. 나도 너무 늦지 않게 갈게. 너무너무 사랑해. 그리고 너무 급하게 가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가야 해. 어머니, 아버지께 들렀다 가고! ○○이 꿈에 나와서 어머니랑 아버지랑 집에서 밥 먹고 왔다고 했다며. 아직 어머니 아버지께서는 우리 채림이 못 보신 거 같으니까 한 번 더 보고 많이 보고 그렇게 둘러보다가 가고 싶을 때 가. 그렇다고 이상한 사람들이 하는 이상한 얘기는 들을 필요도 없으니까 듣지 말고 무시해야 돼.

우리 채림이 세상에 태어나줘서 내 친구가 돼줘서 평생 고마워할게. 정말 많이 사랑해. 꼭 만나자, 우리. 그때 만나면 나 한 번만 꼭 안아줘. 한 번만 손 잡아줘. 다시 만나면 우는 얼굴 말고 웃는 얼굴로 보자. 너무너무 보고 싶어. 정말 많이 보고 싶다, 채림아.

―채림이한테 카톡이 와서 얼마나 기쁘고 놀랐는지 몰라!! 웃는 모습이 너무 예쁜 채림아. 우리가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지만 항상 널 볼 때마다 난 기분이 너무 좋았어. 밝은 모습에 너무 뛰어난 재능까지. 진짜 누가 봐도 부러워할 모습이었어. 하고자 하면 하는 네 모습이 정말 멋있는 거 너도 알지?? 채림이는 누군가의 동경의 대상이자 너무 따뜻한 친구였지. 그래서 많이 슬프더라…. 장례식장에 있는 너의 너무 앳된 사진에 눈물이 날 수밖에 없더라. 내가 매일매일 기도할게. 하늘에서 편안할 수 있게. 우리 또 만나자. 다시 만나면 더 친해져보자.ㅎㅎ 네가 리코 운영하고 인스타 라이브 할 때 트위드 샀는데 기억나??ㅎㅎ 너무너무 예쁜데 아직 쪼~~끔 작아서 못 입는 중.ㅎㅎ 열심히 다이어트해서 꼭 입을 거야. 채림이 쇼핑몰에서 산 거니까!!ㅎㅎ 입을 때마다 네 생각 할게. 벌써 그립다. 네가 활짝 웃는 모습…. 그래도 우리 언젠가 또 만날 거니까 그때를 열심히 기다려봐야지.ㅎ 혹시 짱친들 꿈속에 한 번씩 다 돌았다면 내 꿈에도 한 번 놀러 와줘!! 나도 채림이 보고 싶어서 그래. 바쁘면 패스해도 괜찮고.ㅎㅎ 졸업사진 찾아보면서 만난 셈 칠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림아 거기서 꼭 편안하길 바랄게. 안녕.

―채림아 안녕. 너무너무 보고 싶다. 송채림!!

아직도 네가 어디선가 살아 있을 것만 같아. 그러다가 또 친구랑 지나가다가 내가 알바하는 카페에 멈춰 서서 창문 너머로 예쁘게 웃어줄 것 같아.

널 보면 정말 사랑이 가득한 아이라서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났는데 너에게 왜 이렇게 힘든 일이 생긴 걸까. 아직도 실감이 안 나. 넌 정말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스물한 살이었고 잘하는 것도 많은 대단한 사람이었어. 나는 그런 너를 보면서 많이 배웠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정말 부러웠다. 그 모습이 너무 예뻤어, 채림아.

많이 아팠지…. 너무 힘들었지…. 숨 쉴 수 없는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 가늠이 안 가. 너같이 가녀린 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늘이 너무 원망스러워. 왜 너여야만 했을까…. 이기적이게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네가 이곳에 더 오래 머물렀다면 세상이 너라는 꽃으로 만개했을 텐데 그 꽃이 피워지지 못한 게 너무 속상하고 슬퍼. 22살의 너는 더 눈부시게 빛났을 텐데 그런 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미어진다.

장례식장에 갔다 왔는데도 실감이 안 나. 그냥 자고 일어나면 깨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네가 또 내 스토리에 예쁘다고 답장해주고 난 거기에 좋아서 헤벌레하는 그런 평범한 게 지금은 왜 이렇게 그리운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채림아. 잠 못 이루는 밤도 없고 널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진 그곳에서는 부디 행복해줘. 우리 마음속에는 항상 눈부시게 예쁜 송채림이 있다는 거 기억해!! 우리도 항상 기억할게. 우리에게 너라는 선물을 줘서 고마워. 송채림 사랑해♥

―채림아 해피 뉴이어! 채림이 있는 곳은 따뜻하지?? 항상 기억하고 있어 심심하면 꿈에 또 놀러와줘.

―채림아 오늘 꿈에 네가 나왔어. 정말 예쁘게 하고 와서는 애들 한명 한명한테 다 인사하고 자기 잘 있다면서. 나는 채림이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눈물이 계속 나더라. 채림이가 울고 있는 나 위로해주는 듯이 목 뒤로 가벼운 숨을 불어넣어주고 마지막으로 나한테 인사해주고 채림이는 내 눈앞에 있는 창문으로 씽씽이 타고 다시 하늘로 날아갔어. 채림아 꿈속에서 본 너는 여전히 밝았어. 정말 오랜만에 꿈속이지만 채림이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어. 찾아와줘서 고마워. 너무 잘 있는 것 같아서 정말 다행이야. 문득 채림이가 생각나는 밤이면 하늘 보고 얘기할게. 부디 너한테 닿길.

―소중한 채림이, 정말 빛났던 채림아. 부디 아프지 마. 채림이가 떠났다는 게 아직도 안 믿기지만, 채림이 몫까지 잘 사는 게 남겨진 우리의 몫이겠지. 우리 다시 만날 때 한 치의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으로 웃으면서, 좋았던 추억만을 얘기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서 살게. 근데 지금은, 하늘의 무심함에 하늘이 너무나 미운 나날이야. 조금만 더 슬퍼하고 아파할게. 우리가 슬퍼함을 멀리서 이해해줘. 채림이는 무서워할 필요 없어. 우리는 너를 항상 기억할 거야. 잘 자, 채림아.

―우리 채림아 새해 복 많이 받아. ❤ 요즘 나는 일도 다시 시작해서 바쁘게 지내고 있어. 근데 그럴수록 네가 더 너무 많이 생각나. 항상 생각했지만 요즘 들어 너무 많이 보고 싶다. 머리 염색도 내가 해주기로 했는데 못해준 게 마음에 계속 걸리네. 다시 만나면 그때는 더 예쁘게 세상에서 제일 예쁜 머리 해줄게, 채림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우리. 너무너무 보고 싶다. 잘 쉬고 있는지 궁금하네. 가끔 꿈에 나와 네 소식 들려주고 가. 사랑해 채림아. 항상 내 옆에 있어줘서 고마웠어. 앞으로도 함께하자, 우리!

―채림아, 오늘은 네가 정말 너무 보고 싶어. 항상 옆에서 응원해주던 네가 없어서 이제 힘을 얻을 사람이 없어. 내가 말하고 싶은 사람이 없어. 자신이 없어, 채림아. 마음이 자꾸 허전해. 한 번만 딱 한 번만 보고 싶어. 우리 채림아. 너무 보고 싶어서 진짜 어떡하지. 그냥 너무 앞으로 행복할 자신이 없어. 내가 행복하려면 네가 있어야 하는데. 행복할 수 없을 거 같아. 너무 보고 싶다, 채림아. 미안해.

―채림아 보고 싶네. 내 곁에 항상 있어줘서 고마워. 사랑해 내 친구. 평생 함께할게.

―채림아,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채림이 크리스마스 좋아했는데 그때 영화도 보고 찰리 공장 그거 있잖아 그것도 봤는데 진짜 너랑 또 보고 싶다, 채림아 ㅠㅠㅠㅠ 너무 보고 싶어 정말로 ㅠㅠ 내가 무너지면 안 되는데 자꾸 무너질 거 같아. 너무 보고 싶어 채림아. 따뜻하게 있지? 오늘은 크리스마스니까 더 따뜻하고 더 반짝반짝 빛나게 있어! 사랑해 너무.

―우리 채림이 춥지 않아? 요즘 날씨가 너무 차서, 따뜻해야 할 텐데 걱정이네. 너무 보고 싶어, 채림아. 정말로 내 옆에 네가 없다는 걸 상상해본 적도 없는데. 너무 보고 싶다, 채림아. 너무 사랑해 정말로.

송채림씨 친구들이 새해에 채림씨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 유가족 제공
송채림씨 친구들이 새해에 채림씨 부모님에게 보낸 편지. 유가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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