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공동취재사진.
북한 선원 북송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연이틀 불러 조사했다. 이 사건 관련 문재인 정부의 안보라인 핵심 인사들의 조사를 마친 검찰은 이달 중 사건을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부장 이준범)는 1일 정 전 실장을 피고발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전날도 정 전 실장을 불러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13시간가량 조사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상대로 북송 사건 발생 초기 단계부터 일자별로 당시 안보실의 대응 및 판단·지시 경위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전 실장은 2019년 11월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하다 우리 군에 잡힌 북한 선원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음에도 북으로 돌려보내는 결정을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정 전 실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안보라인 인사들이 북송 방침을 결정한 뒤, 국가정보원 합동조사가 조기에 종료되고 관련 보고서 등을 수정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북송 결정 자체가 헌법과 법률을 벗어난 결정이 아닌지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헌법상 북한 주민도 우리 국민에 해당하기 때문에 법률상 근거 없는 북송 결정이 기본권 침해 아니냐는 것이다. 또 검찰은 국정원 매뉴얼 상 탈북민의 귀북 의사가 인정된 경우에만 북송이 가능함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은 점 등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 전 실장 쪽은 북송 결정은 정당한 법적 절차에 것이라는 입장이다. 사안에 따라 북한 주민은 외국인에 준하는 지위로 해석할 수 있고, 검찰이 근거로 삼는 국정원 매뉴얼은 실무에 참고하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선원들이 나포되기 전부터 안보실이 국정원에 ‘중대범죄 탈북자 추방 사례’를 문의한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원들에 대한 조사도 거치기 전에 사실상 북송으로 판단을 내렸던 정황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 전 실장 쪽은 세부적인 실무 판단 과정까지는 알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을 이 사안에 대한 최종 결정권자로 보고, 두차례 소환 조사를 끝으로 지난해 7월부터 진행해 온 북송 사건 수사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국정원 매뉴얼 위반 등 직무집행 기준을 위반해 실무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혐의(직권남용)를 적용할지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국정원 매뉴얼 위반 등을 직권남용으로 판단할 수 있을지 향후 쟁점으로 부각할 전망이다. 앞서 검찰은 대통령 기록관 등의 압수수색 분석 절차를 마무리 했고,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과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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